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세계 IT 시장을 이끄는 기업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을까. 가장 큰 원동력은 `혁신(Innovation)`이다. 기술 개발에서 생산, 인사, 디자인, 상품 기획 등 세계 최고 기업이 꽁꽁 숨겨놓은 혁신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다.
![Photo Image](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5/05/423286_20130505202852_086_0001.jpg)
애플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역시 `혁신`이다. 애플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감탄한 이유 중 하나는 예상을 깨는 신소재 때문이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소재 혁명을 이끌었다. 비싸고 희귀한 소재를 사용하고도 제품 가격은 합리적이다. 경쟁사와 다른 길을 걷는 애플의 비밀은 무엇일까. 애플은 소재 고유의 질감을 아이폰 감성으로 녹여냈다.
◇몽블랑 플라스틱에서 알루미늄까지
2009년 말 한국에 애플 아이폰3GS가 공식 출시됐다. 당시 아이폰은 열풍 그 자체였다. 아이폰3GS가 다른 제품보다 더욱 돋보였던 이유는 유선형 뒷면 덕분이었다. 손에 착 감기는 디자인과 동시에 소재가 주는 고급스러운 광택이 압권이었다. 아이폰3GS에 쓰인 소재는 강도가 높고 질감이 고급스럽기로 유명한 몽블랑 플라스틱이다. 명품 몽블랑 펜에 쓰이는 바로 그 소재가 아이폰을 뒤덮었다.
2010년 애플은 디자인이 완전히 바뀐 아이폰4를 내놨다. 소재도 남달랐다. 가볍고 강도가 높은 스테인리스 스틸 테두리에 강화유리를 붙였다. 금속과 유리의 조화는 세련의 극치를 보여줬다.
2012년 출시된 아이폰5는 또 진화했다. 맥북에어에 쓰여 호평 받았던 산화피막 처리 알루미늄을 썼다. 아이폰4보다 더 가벼운데다 깨질 염려가 없다. 각이 질 수밖에 없는 알루미늄 테두리를 다이아몬드로 깎아내 정교하게 마감했다. 비스듬하게 처리된 모서리 덕에 거친 금속 본체가 부드럽게 느껴진다. 색상을 넣기 힘들다는 알루미늄에 의류를 염색하는 것처럼 색상을 입혔고 작은 차이지만 고릴라 글라스보다 더 강한 사파이어 글라스로 카메라 렌즈를 보호했다.
◇특이한 소재 어떻게 썼나
경쟁사가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만들 때 애플이 다른 소재를 선택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개발 과정의 차이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단가와 대량 생산을 고려해 소재를 먼저 선택한 후 디자인에 들어간다. 애플은 이와 반대다. 디자인이 우선이다. 이를 돋보이게 만들 소재를 가격에 상관없이 고른다.
조니 아이브 애플 수석부사장은 디자인을 구상할 때 소재에 집중하며 공정도 직접 챙긴다. 맥북에어의 이음 없는 일체화된 알루미늄 케이스는 업계에 충격을 줬다. 소재가 가진 특성을 100% 이해하고 접목한 결과다. 자체 생산 시설 없는 애플이 많은 소재부품사와 공급망을 만들고 혁신 제품으로 앞서간 원동력은 소재를 이해하는 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귀한 소재에 아낌없는 투자도 한 몫 한다. 애플은 막대한 현금을 주로 소재 확보에 쏟는다. 애플은 일본 산화 피막 알루미늄 제조사를 비롯해 리퀴드메탈 제조사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애플은 제품 혁신에 필요하다면 엄청난 돈을 들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모의 이익을 추구한다. 이 정신은 애플 공급망 전체에 새겨졌다. 생산 시점이 되면 애플은 핵심 공급사에 현금을 미리 준다. 애플은 저렴하게 소재를 확보하고 경쟁사 공급을 차단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누린다.
◇아이폰6에 리퀴드 메탈도 적용하나
애플은 2년에 한 번씩 아이폰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다.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는 리퀴드 메탈(Liquid Metal)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리퀴드 메탈은 지르코늄, 티타늄, 니켈, 구리 등을 섞어서 만든 신소재다. 표면이 마치 액체처럼 매끄러워 리퀴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철과 비교해 무게는 가볍지만 강도는 3배나 높다. 고온에서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어 정밀 가공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일반 금속의 약점인 전파 문제도 자유롭다.
애플은 지난해 리퀴드 메탈사와 독점 계약을 2014년까지 연장했다. 내년 아이폰6에 리퀴드 메탈 적용이 거론되는 이유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유심(USIM)칩 제거 핀에 리퀴드 메탈을 사용 중이다. 애플이 리퀴드 메탈을 쓰면 내구성이 더 뛰어나고 가벼운 아이폰6를 내놓을 수 있다.
탄소섬유 아이폰도 거론된다. 애플이 최근 일본 탄소섬유 회사에 소재를 대량 주문했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케빈 케니 전 케스트렐 자전거 CEO를 복합소재 수석 엔지니어로 채용했다. 케니는 고객맞춤형 고급 탄소섬유 프레임으로 된 자전거를 개발했다. 탄소섬유는 흠집에 강하면서 가볍고 튀는 아이폰을 만들 수 있는 소재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