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리콜·급발진, 아예 싹부터 자르겠다"

현대기아차가 리콜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소프트웨어(SW) 개발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차량 SW 개발 전 단계에 실명제를 도입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게 핵심이다. 현대기아차의 부품 업계 통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연초 차량용 SW 개발 수명주기 관리솔루션(SDLM)을 전사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SDLM이란 자동차 전장부품에 사용되는 SW의 설계부터 수정, 개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SW를 말한다.

단계마다 SW가 제대로 개발되고 있는지 자동 점검이 가능하고, 누가 왜 수정을 가했는지 실시간으로 기록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릴 수 있다.

리콜사태가 터지면 사고가 난 부품 개발 단계를 역추적, 어느 단계에서 누가 잘못을 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실명제 도입이다.

폴크스바겐과 GM, 도요타, 콘티넨털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이 솔루션을 도입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0년 `자동차 전장화의 저주`로 불리는 도요타 리콜사태가 터지면서 SDLM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전장부품의 핵심인 전자제어장치(ECU)를 구동하는 내장형 SW를 확실히 통제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리콜사태는 물론이고 급발진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럭셔리카는 1억라인이 넘는 SW코드가 사용될 정도로 SW가 복잡해져 과거의 주먹구구 방식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해졌다. F-35 전투기에 사용되는 SW코드는 1000만라인 정도다.

유럽 자동차업체가 주축이 된 전장부품 기능 안전성 국제표준 `ISO26262`에서 `추적성` 개념을 명시한 것도 SDLM 도입을 촉진한 중요한 이유다.

추적성이란 제조사가 SW를 포함한 자동차 개발 전 주기에서 최신 안전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을 문서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자동차 및 부품 판매가 어려워진다.

업계에선 리콜이나 급발진 사태가 발생해도 제조사가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했다. 향후 국내 다른 완성차와 부품업체로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SDLM에 정통한 한 국내 SW업체 전문가는 “과거에는 완성차와 부품업체 SW 담당자가 개발 과정을 구두로 진행해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예가 많았다”면서 “최근 리콜사태를 겪은 현대차가 SDLM 도입을 마치고 부품업체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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