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후반 5세대 LCD용 컬러필터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컬러필터 사업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향후 스미토모화학은 컬러필터 대신 역량을 신사업인 LCD용 터치스크린패널(TSP)에 집중할 방침이다. 6세대 이후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컬러필터를 내재화하면서 수요가 급감한데다 최근 중대형 디스플레이의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채택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스미토모화학은 LCD 컬러필터 사업 추가 투자를 중단했다. 한국 내 자회사인 동우화인켐과 대만 공장의 컬러필터 일부 제조라인은 LCD용 커버글라스 완전 일체형(G2) 방식 TSP 공정으로 전환한다. 디스플레이 업체에는 컬러필터 주원료인 컬러 페이스트만 공급한다.
컬러필터는 LCD 편광필름, 액정, 글라스, 백라이트유닛(BLU)과 함께 5대 핵심 LCD 재료로 꼽힌다. 스미토모화학의 컬러필터 사업은 한국 내 자회사가 주로 담당해왔다. 동우STI(동우화인켐으로 합병)가 이 분야 시장 점유율 3위, 삼성전자 공급사로는 1위를 석권했을 만큼 주력했던 분야다.
6세대 이후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컬러필터 생산을 내재화하면서 외부 조달 물량이 크게 줄었다. 그나마 공급하던 5세대는 LCD 업계가 공정을 전환하면서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이다.
스미토모화학 정보전자재료사업 부문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빠르게 AM OLED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옮겨 간 것도 신사업 전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미토모화학 관계자는 “현재 차세대 컬러필터는 5세대(1000×1200㎜) 이후 연구개발(R&D)도 중단한 상태”라며 “컬러필터 공정을 TSP 공정으로 전환 중”이라고 말했다.
LCD 컬러필터 제조 공정은 G2 방식 TSP 노광공정으로 전환하기 수월하다. 그룹 계열사 내 스미토모상사가 TSP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어 시너지도 가능하다.
스미토모화학이 컬러필터 사업에서 손을 떼면 디스플레이 업체의 컬러필터 내재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미토모화학, 돗판처럼 컬러필터 원료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은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더 공고하게 다지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TSP 업계 경쟁 심화도 예상된다. 앞서 대만 칸도, 신테포트로닉스 등도 컬러필터 생산 라인을 정리한 후 LCD용 G2방식 TSP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디스플레이에 AM OLED 일체형 TSP(OCTA)를 독점 공급하고 있어 LCD용 TSP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 관측이지만 내년 이후 LCD용 G2방식 TSP 시장에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