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시월드

시부모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이혼소송을 낸 부부에 대한 판결이 화제다.

시어머니가 아들 내외에 일일이 간섭하다보니 고부 갈등을 야기했다. 부부 갈등으로 이어져 아내의 이혼요구로 번졌다. 이후 외도로 의심되는 아내의 부정행위까지 발견됐다. 부부는 각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4일 법원은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만큼 시부모와 며느리간 갈등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요즘은 시댁과 며느리 사이 갈등을 빗댄 `시월드`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사랑하는 남편의 가족을 뜻하는 시월드라 하면 기분이 좋아져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며느리에게 시월드란 가까이 하기 힘든 대상이다.

일상에서도 껄끄러운 상대를 일컬어 시월드라 한다.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도 마찬가지다.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소속 부처를 `시어머니`로 부른다. 그만큼 간섭이 많다는 뜻이다. 맘 같아서는 `틀렸다`고 돌직구를 날리고 싶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 정부 들어 중앙부처가 재편된 가운데 새로운 산하기관 모델을 시도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기관 업무가 여러 부처로 분산됐지만 기관을 쪼개는 대신 당분간 기존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A기관은 소속 부처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사업예산 가운데 90%가량이 전 소속 부처에서 나온다. B기관은 소속 부처는 유지했지만 상당 업무가 타 부처로 이관됐다. 한 분도 모시기 힘든 시어머니를 두 분, 세 분씩 모셔야 한다.

얼핏 보기엔 이상하지만 시월드가 합리적이라는 전제만 갖춰지면 나쁠 게 없다. `부처간 칸막이 없는 협력`만 실현되면 시월드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1~2년 뒤 `두 시어머니 모시느라 죽겠다`는 곡소리 대신 `우리 모두 한가족`이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길 기대한다. 정권 바뀔 때마다 부처 갈라놓는 것도 모자라서 산하기관까지 떼었다, 붙였다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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