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

“휴대폰 구입은 이라크 국민이 해야 할 너무 많은 일 가운데 가장 후순위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 국민이 고달픈 현실적 문제에도 휴대폰을 최우선 순위로 장만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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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을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외교정치기획 전문가 제러드 코언(현 구글 아이디어 소장)이 이라크에서 처음 만났다.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6년간 전쟁이 지속된 이라크 사회 인프라는 초토화됐다. 이라크인 대부분은 음식과 물, 전기를 제대로 구할 수 없었고 일용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수 없었다.

처절히 병든 땅에서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들 손에 들린 휴대폰이었다.

이라크 국민은 휴대폰을 삶과 운명을 개선해줄 엄청난 기기로 생각했다. 피폐한 이라크 국민조차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그것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에릭 슈미트가 `2020년 안에 지구상 모든 사람이 연결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이유다.

2010년 대지진 이후 아이티에서 단 며칠 만에 통신 기능이 복구됐다. 네트워크 복구가 긴급구조보다 우선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 국가인 북한조차 2012년 초까지 18개월간 전화 가입자가 3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급증했다.

사람들은 이제 먹고사는 문제보다 `연결성`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판단한다. 연결성 확보 여부에 따라 먹고사는 문제가 결정되는 시대다. 에릭 슈미트가 말하는 `디지털 시대`란 더 이상 기술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며 `우리의 미래` 그 자체다.

저자는 우리의 내일을 △인간의 미래 △신원, 시민권, 보도의 미래 △국가의 미래 △혁명의 미래 △테러리즘의 미래 △갈등, 전투, 개입의 미래 △재건의 미래 일곱 가지로 예측했다. 개인의 신원 문제부터 테러와 혁명, 갈등 이후 국가 재건 문제까지 우리 삶과 사회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얘기한다.

무인자동차가 컴퓨터보다 흔해진다. 휴대폰이 알아서 질병을 진단한 후 의사와 약속을 잡는 등 개인 삶을 지배한다. 학교는 성교육보다 사생활과 정보보호 교육을 먼저 한다. 지문·사진·DNA 정보를 활용해 사람을 감시하는 업그레이드 경찰국가가 탄생한다.

국가는 온라인 정보 필터링과 국가와 기업 간 가상 연맹, 사이버 전쟁, 가상 국가 수립 등에 직면한다.

디지털 시대 혁명운동도 달라진다. 사이버 공간에서 펼쳐지는 가상 대학살과 괴롭힘이 증가한다. 범죄 증거가 영구화되고 전쟁은 자동화된다. 시민단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파괴된 국가를 대리할 가상 정부도 부상한다.

에릭 슈미트와 제러드 코언은 앞으로 우리는 영웅이 사라진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말한다. 연결된 개인이 늘어나며 온라인 정보가 넘치고 지난날의 사소한 잘못이 드러나 지도자가 영웅 지위를 잃는다. 권력 재분배가 역동적으로 이뤄지는 미래에 우리 현실과 가상 세계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그들의 답은 무조건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예측하는 미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움직이며 가장 흥분된 시간과 도전으로 가득한 멋진 신세계다.”

에릭 슈미트·제러드 코언 지음. 이진원 옮김. 알키 펴냄. 2만원.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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