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저작권에 상관없이 매장 내 디지털 음원을 계속 틀기로 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도 디지털 음악 사용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저작권을 요구하는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연)는 법적 대응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어서 공방은 더 가열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심우용)는 사단법인 음실연과 음제협이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낸 공연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법원은 현대백화점이 매장 내에서 틀고 있는 디지털 음악이 `판매용 음반`이 아니기 때문에 공연보상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판매용 음반은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 즉 시판용 음반(판매용 CD)이라고 해석돼 디지털 음악 파일은 판매용 파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돼 있다.
유통업계는 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법률상 음원파일이나 스트리밍 서비스 등은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현대백화점 측은 사용했던 가요 등 다양한 배경음악을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날 “승소한 만큼 기존에 사용했던 디지털 음원을 큰 변화없이 매장에서 틀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도 이번 소송을 계기로 가요 등을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저작권 분쟁 때문에 자체 제작음반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만 이번 소송이 유통업계에 유리하게 나온 만큼 상황을 보고 추후 다양한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측은 “좀 더 분위기를 지켜본 후에 (다양한 음악을 틀지 말지) 고려할 일이지만 유통업계로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음원 저작권 이슈 때문에 독자적으로 만든 음악을 사용하고 있다.
음제협과 음실연은 즉각 반발해 다음 주 항소할 계획이다. 음제협은 법원이 판매용 음반에 대해서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음제협 관계자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CD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 등 디지털 음원을 듣는 데 법원의 판결은 요즘 음악사용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법원의 결정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문화부는 저작권법 개정 의지까지 내비쳤다.
문화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판매용 음반을 시판용 음반(CD)으로만 해석하는 곳은 없다. 대부분 판매용 음반을 상업용 음원으로 접근한다”며 “예전과 달리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듣는 세상이 왔지만 법이 변화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니 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