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그룹 IT서비스업체의 시스템통합(SI) 사업 등을 통한 부당 내부거래를 강력히 규제한다. 또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근절하기 위한 징벌적 손배제도를 도입한다. 공정위는 24일 청와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 보고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대기업 집단 폐해 시정 △담합 관행 척결 △경제적 약자를 위한 경쟁 기반 확대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시장환경 조성 등 4대 과제를 국정과제로 추진한다. 타 부처와 협력해 추진하는 협업과제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 △기업지배 구조개선 △소비자 편익제고를 위한 각종 법령 선진화 등 3대과제를 제시했다.
◇일감 몰아주기 등 근절
공정위는 그동안 밝혀 온 대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단속은 기존 규정 강화와 새 규정 신설 등 투트랙으로 진행한다. 먼저 기존 공정거래법 5조, 23조를 개정해 일감몰아주기 규정을 강화한다.
현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부당내부 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현저성`과 `공정거래 저해성` 등 두 가지를 입증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지만 이 조항은 가격차가 현저해야 해 정상가와 차이가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일감 몰아주기는 규제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보완해 공정위는 기존 `현저히 유리한 조건`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개정한다. 지원 객체가 부당 지원을 받지 않을 의무 조항도 신설했다. 총수일가와 관련 있는 일감몰아주기는 공정거래법 제3장(경제력집중 억제)에 별도 규제 조항을 신설한다. 논란이 된 `총수일가 30% 룰`은 뺐다. 이 조항은 총수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의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될 경우 총수 일가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해 처벌하는 것이다.
내부거래를 감시하고 조사하는 전담조직도 신설한다. 공정위는 오는 6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12월 시행령을 만들 예정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
중소기업의 원성을 사왔던 납품단가 후려치기 방지 정책도 범부처가 협력해 추진한다. 대금지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납품단가 인하를 억제하도록 대기업 구매 담당 임직원의 성과평가시스템 개선을 유도한다.
6월 중 하도급법을 개정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 제도가 실시되면 납품단가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기업이 이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걸 수 있다. 손배 대상은 △부당단가 인하 △부당 발주 취소 △부당 반품 등으로 확대한다. 범부처가 추진할 납품단가 인하 근절 대책으로는 △국가 계약 시 공동 수주 및 분리발주 활성화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부여 △소재·부품 교차 구매 활성화 △중소기업 전용 판매장 확대 △TV 홈쇼핑 무료 판매방송 추진 △동반성장 보험 활성화 △상생 보증 프로그램 내실화 등이 제시됐다.
◇공정거래 문화 확산
대기업과 협력사 간 공정거래 협약을 광고, 디자인, 인터넷쇼핑몰 등으로 확대하고 협약 기업 수도 늘린다. 지난해 140여 개사가 협약을 맺었는데 올해는 170여 기업이 맺을 수 있게 유도한다. 특히 협약 체결 과실이 2·3차 협력사까지 전달됐는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협약 이행 우수기업에는 관급공사 입찰시 가점과 서면실태 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준다. 또 전자상거래 시장의 소비자 피해 확산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사이트 적발 시 폐쇄 등을 명할 수 있는 임시중지명령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세종=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