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27>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

〃10여년 전 디자인에 관련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디자인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Design is loving others) 이라는 사실이다

〃언젠가 아들이 어버이날에 아내에게 선물한 감동의 쿠폰을 어깨 너머로 본 적이 있다 쿠폰마다 세차하기 설거지하기 빨래하기 차고 청소하기 마시지하기 유리창 닦기 등 많은 서비스가 쓰여있었다 쿠폰의 예쁜 그림들 아래에는 만기일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쿠폰인 엄마를 사랑하기 에는 만기 없음 이 적혀 있었고 그 한 장을 본 아내는 눈물을 떨어뜨렸다 이 장면을 보자 이게 바로 디자인이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크게 쿵쾅거렸다 그때의 잊을 수 없는 깨달음이 디자이너의 인생을 걷게 했다 이후 이노의 디자이너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듯이 디자인하라! 는 주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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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로봇청소기 디자인 프로젝트를 의뢰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형상은 러브 마크(Love Mark) 였다 당시에는 이유도 따로 없었고 그냥 떠올랐다 아마도 그동안 눈에 익은 대부분의 로봇 청소기의 동그란 모습이 식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들에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 거실 위를 춤추듯 돌아다니는 예쁜 로봇 그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몇 분을 넘지 않았다 생명력 있는 디자인의 탄생이다 얼른 스케치북에 상상 속에 떠다니던 미래형 로봇청소기를 올려놓았다

〃그때의 거친 스케치 한 장이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날 때까지 이노의 디자이너들은 많은 땀과 열정을 쏟아야 했지만 내 상상과 완성된 디자인은 거의 흡사하다 다만 스케치 실력이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했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 결코 내 재능이 대단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해야겠다 오히려 인간은 미래에 탄생할 물체를 상상력으로 미리 볼 수 있다는 신비로운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다

〃 사랑 을 컨셉트로 태어난 로봇청소기의 형태는 문자 그대로 러브 마크 하트의 모습을 따랐다 기존 로봇청소기의 형태는 동그라미라는 고정관념을 깬 구상이다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는 러브 마크를 둘러싼 삼각형에 가까운 모습이다 형태의 탄생이 순간적이며 감성적 결정이었는데도 나중에 발견된 기능적 우월함은 디자인 방향에서 최종 결정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둥근 형태의 로봇 청소기들이 못하던 구석진 곳의 청소를 이노가 디자인한 하트형의 모서리가 해결해 준 것이다

〃아름다운 하트 모양의 로봇청소기가 집 안을 마치 춤추듯 돌아다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로맨틱하다 러브마크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로봇청소기에도 사랑스러운 이름을 붙여 주었다 파란색 모델 이름은 로미오 분홍색 모델 이름은 줄리엣이다 이렇듯 사랑하는 아내에게 선물 할 수 있는 상품 으로 탄생한 이노디자인과 유진로봇의 만남은 디자인과 기술을 융합한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

〃양사의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이 땀과 열정으로 쏟아낸 협업은 감성적 디자인에 머물지 않는다 실용성은 물론이고 미처 설명하지 않은 많은 아이디어들이 이 작은 몸체에 숨어 있다 협업을 진행하는 동안 이노의 디자이너들은 한국의 로봇산업을 이끌고 있는 유진로봇의 기술력에 감탄했다 차별화된 흡입력(Suction)을 사용한 청소기능과 두 개의 카메라 및 센서와 연관된 감지기능은 그 중 일부일 뿐이다 디자인 과정에서 수십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고 대부분 사용자 배려 차원에서 적용됐다

〃 디자인은 사랑 이라는 말 속에 담긴 가장 큰 메시지는 사용자를 위한 배려 다 잘 모르는 타인이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도 가까운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다르다 때로는 사랑스러워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아가 외모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좋은 기능에도 사랑(배려) 을 담을 수 있다 사랑이 담긴 디자인이 바로 고객 감동의 원천이다

〃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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