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100엔 돌파 초읽기…한국 수출기업 '초비상'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는 이미 수출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고 전자 등도 높아진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치고 올라오는 일본 경쟁기업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엔·달러 환율은 22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1달러 당 99.90엔까지 올라가 100엔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후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달러 매물이 늘면서 소폭 하락했지만 심리적 저항선인 100엔 선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 기조가 확고하고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엔저 정책이 용인되면서 국제사회가 제동을 걸 것이라는 우려가 사라졌다. 게다가 엔저 등 `아베노믹스`로 지지율이 치솟은 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압승해 정책 추진력이 더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1달러당 100엔대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수출비중이 높은 일본 대기업은 엔저로 실적 개선을 거두고 있고, 영업이익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되고 있다. 엔화 약세를 가장 반기는 업종은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전기기계다. 국내 생산량의 70%를 수출하는 후지중공업은 1달러당 엔화가 1엔 하락하면 연간 영업이익은 65억엔(약 750억원) 증가한다. 반도체와 발전기가 주력 수출품목인 도시바는 1엔 하락에 20억엔(약 230억원)의 영업이익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국내 수출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에 이르면 한국의 총수출이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에 이르면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철강산업은 4.8%, 석유화학은 4.1%, 기계는 3.4%씩 수출이 감소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역시 각각 3.2%, 2.5% 감소했다.

일각에선 달러당 110엔대까지 예상했다. 향후 일본 중앙은행의 적극적 양적완화 조치 결정에 따라 추가 엔화 가치 하락이 예상, 110엔대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이르면 한국의 전체 수출은 11.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업종별로 철강은 16.2%, 석유화학 14%, 기계는 11.7% 각각 감소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와 IT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일본에 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은 IT는 수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라도 있지만, 자동차는 이런 것도 없어 더 피해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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