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는 횟수 혹은 시간 등을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용량 등 일정 단위에 비례해 요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용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요금이 달라져 총량제로 불리곤 한다.
옛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이병기 서울대 교수가 데이터를 이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데이터 종량제` 주장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문화 시민은 자기가 쓴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며 `종량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종량제를 거론하기 쉽지 않은 풍토에서 오랜만에, 그것도 대표적 통신 전문가가 던진 발언이라는 점에서 신선하고 이채롭다.
사실 유무선을 막론하고 통신 분야에서 종량제라는 단어는 사실상 금기어다. 지난 2005년 당시 이용경 KT 사장이 초고속인터넷 종량제를 추진했지만, 여론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종량제에 대한 거부감은 현재도 여전하다. 소득격차에 따른 정보 불평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을 비롯해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이용자가 실제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는 게 상식이지만 통신에서 종량제 적용이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이용량에 관계없이 일정 요금을 지불하는 정액제가 소수 다량 이용자를 위해 대다수 소량 이용자가 요금을 보전하는 불합리한 요금구조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극소수 초다량 이용자의 과다 이용과 독점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분명한 건 정액제로 효용을 누리고 있는, 목소리 큰 소수의 반발을 두려워하는 한 종량제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소수의 동의를 구하는 것보다 선의의 피해를 감수하지만, 침묵하는 다수 이용자를 설득하는 게 종량제를 앞당기는 돌파구가 아닐까 싶다.
김원배 ICT방송산업부 차장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