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협회 K-IDEA로 명칭 변경…찬반 팽팽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결국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로 문패를 바꿔단다.

23일 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남경필 게임산업협회장과 부회장사 대표들은 협회 명칭에서 `게임`을 빼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다음달 이사회와 총회 서면 결의를 거치면 개칭이 완료된다.

업계 일부에선 `게임산업진흥법`까지 만들면서 산업적 위상을 키워 온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게임의 부정적 인식과 이미지를 산업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첫 정치인 협회장이 선임되면서 정치적 고려가 우선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명칭 변경을 주도한 협회 측은 “새로운 명칭은 디지털 융복합과 증강·가상 현실 추세를 반영해 게임을 넘어선 비즈니스 영역의 확대라는 의미를 가진다”라며 “국민 레저문화로 자리 잡은 게임의 위상을 드높인다는 의미가 반영된 명칭”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대한 찬반이 갈리면서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찬:부정적 산업 이미지 개선 첫발

단순한 이름 교체가 아니라 시대적 추세를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김성곤 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게임산업도 증강현실, 모바일 등과 결합해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명칭과 규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협회명에 인터넷과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를 조합한 것도 같은 배경이란 설명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도 협회 명칭 변경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국장은 “청소년의 과몰입 등으로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들의 여론이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업계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도 입장을 피력했다.

김 국장은 “단순히 업계에 매몰돼 시장을 바라보는 것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판단을 하는 것이 게임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고 말했다.

한 게임 업체 대표도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빴고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인식 변화 노력을 꾀하는 데 한계를 노출했다”며 “지금은 협회 명칭이라도 바꿔 도약을 시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꼴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상황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 게임 개발자는 “이름만 놓고 보면 한국 콘텐츠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1세대 개발자들부터 쏟아온 노력과 성과를 부인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 개발자는 “인도네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 많은 국가에서 1위 게임이 모두 한국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의 경제 유발 효과도 전체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크고 해외서 국위 선양도 많이 하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게임이 부끄러움의 대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다른 중소 게임업체 대표는 “업계도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데 주도적 노력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동안 산업계를 이끌어온 개발자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는 결과지만 결국 업계가 자승자박한 꼴”이라고 말했다.

한 게임 업체 대표는 명칭 변경이 산업 이미지 개선에 어떤 도움을 줄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콘텐츠·게임 산업을 꼽았는데 이에 부응해야할 시점에서 게임을 죄악시하는 사회분위기를 정면 돌파하지 않고 이름을 바꾼 것이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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