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에 오른 제자가 공자를 찾아가 정치 노하우를 물었다. 공자는 너무 서두르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논어에서 얘기하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빨리 빨리`를 경쟁력으로 꼽았다.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했다. 남이 한 발 앞서가면 더 빨리 뛰려고 했다. 쉬지 않고 달렸고, 글로벌 1위 영광으로 이어졌다.
최근 소니는 우리기업에 앞서 보급형(55·65인치) 초고선명(UHD) TV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기업 대응이 흥미롭다. `검토 중`(삼성전자) `하반기 출시 계획`(LG전자)이다. 당초 예정대로다. 예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전문가 말을 들으면 합당해 보인다. 보급형 UHD TV시장 존재 여부가 불투명하다. 풀HD와 비교해 1.5~2배에 달하는 가격이 부담이다. 보급형은 풀HD와 비교해 화질차도 크지 않다고 한다. 우리기업 풀HD시장 점유율도 작용했다. 기존시장을 갉아먹을 수 있다. 서둘러봤자 실익이 크지 않다. 일부에선 소니 결정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욕교반졸(欲巧反拙)`도 음미해볼 만하다. 너무 좋게 만들려다가 오히려 그대로 둔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욕속부달이나 욕교반졸은 모두 `눈앞에 보이는 효과와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나 현대에도 사람 사는 동네의 얘기는 모두 비슷하다.
기술이 경쟁력 시대다. 좋은 기술을 남보다 먼저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소비자 니즈(수요)다. 셀 수 없이 많은 기술이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개선됐지만 아무도 쓰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격만 높아졌고 기능만 복잡해졌다고 비판받는다.
창조경제는 눈앞에 보이는 작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 서둘러서도 안 되고 단순한 개선은 더욱 아니다. 창조경제 시대의 기업에게도 욕속부달과 욕교반졸의 의미는 영원하지 않을까.
전자산업부 김준배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