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핵심개발자 인터뷰, "혁신적인 성과물도 곧 포기하고 또 다른 부품이 대체할 것"

“한계는 절대 없습니다.”

삼성전자 에어컨 슬림화를 주도하는 생활가전사업부 전홍석 수석, 최형서 책임 말이다.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생활가전 연구소에서 만난 이들은 에어컨 구조와 에너지 필수 소모량을 고려할 때 추가 슬림화가 힘들 것이란 일부 지적에 이같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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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에어컨그룹 최형서 책임과 전홍석 수석(왼쪽부터)이 개발을 주도한 Q9000 에어컨과 함께 서있다.

이같은 확신은 각 팀간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배경으로 꼽는다. 에어컨 개발조직은 압축기·모터·열교환기 등 핵심 부품별로 구성돼 있다. 각 팀이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이의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전 수석은 요리에 비유했다. 요리사가 각각의 재료를 배합해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을 만들 듯이 각 팀은 최적의 효율을 내는 부품을 개발한다.

올 초 출시한 Q9000에 채택한 `회오리 팬` 사례다. 에어컨 두께 460㎜를 300㎜ 이하로 낮추기로 방향을 잡았다. 이를 위해선 팬 두께를 150㎜ 이하로 맞춰야 했다. 개발진은 기존 사용 팬을 무시하고, 새로운 팬 개발에 나섰다. 두께를 낮추고 더 강력한 바람을 일으켜야 했다. 바람 방향에 주목했다. 에어컨 내부에서 바람 방향이 바뀌는데 이것을 직선으로 흐르게 하면 공간을 확보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1년간 개발 끝에 항공기 엔진 원리와 잠자리 날개 모양을 딴 회오리 팬이 나왔다.

초박형 고효율 열교환기 채택 과정도 마찬가지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지만 구조가 문제였다. 열교환기 냉매 분배 파이프가 팬에 근접해 있어 두께 확보가 어려웠다. 개발진은 팬과 근접한 곳에 위치한 파이프를 열교환기 측면 빈공간으로 옮겼다. 파이프 개수도 기존 3개에서 한 개로 줄였다. 대신 3개 파이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분배기를 삽입했다. 최 책임은 “검토한 모델만 20개가 넘고, 완성한 시제품만 7∼8개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에어컨 바람문(토출구) 3개를 만든 것도 에너지 절감 일환이다. Q9000에 채택한 이 기능에서 바람문을 두 개만 열면 전기 사용량이 40% 수준으로 내려간다. 하나만 열 경우는 20%다. 삼성전자가 처음 채택했다. 개발 과정은 험난했지만 전 수석은 “TV 옆에 놓아도 디자인적으로 부담이 없으면서 소비자가 절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찾았다”고 소개했다.

전 수석은 에어컨 에너지 효율이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최고 성능이라는 일본 제품과 부문별로 비교했을 때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전 수석을 강조했다.

전 수석은 “미래 가전 연구소에서는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찾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팬·열교환기 모두 혁신으로 개발됐지만 언젠가는 포기하고 새로운 제품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연구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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