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한 발 물러서…가맹점 직접결제 무기한 연기

KB국민카드(대표 최기의)가 밴(VAN)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가맹점과 결제하는 방안을 2주간 연기했다. 밴사업자와 대리점까지 나서 공동대응 움직임을 보이자 최고경영진이 직접 매입업무를 하는 방안을 잠정 연기하고 이달 30일 KB국민카드-밴사 간 1차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예정이다.

15일 서영덕 KB국민카드 리스크관리부장은 “경영진에서 밴사와 대리점과 협의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며 “보름 뒤 1차 협상 자리를 마련해 밴사가 제시하는 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영세 밴사와 대리점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고, 매입 방식 변경 과정에서 별도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가 됐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KB국민카드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밴사도 일단 KB국민카드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금융당국에서 추진 중인 밴 수수료 용역 결과가 나온 후 협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KB국민카드가 일단 매입방식 변경을 연기해 협상자리가 마련되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번 결제 방식 변경 안내가 통보된 후 KB국민카드와 밴사 간 `폭로전` 수준의 대립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작년 12월 7일 밴 업계에 카드업권의 매출 하락으로 내년 밴 수수료를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올해 KB국민카드의 당기순익과 ROE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밴 수수료 인상은 불가능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KB국민카드는 소액결제가 대부분인 체크카드 결제가 많아, 밴 수수료가 역마진이 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을 밴 업계에 설명하고 안을 제시해 달라고 했지만, 어떤 밴사도 답을 주지 않았고, 심지어 자사 직원이 밴사를 찾아가면 아예 도망가 버린다고 비판했다.

밴 업계는 “지난해 KB국민카드 밴 수수료는 약 1800억원 수준인데, 올해 카드 결제 비율이 큰 폭 증가함에도 똑같은 수수료를 주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영세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주기 위해 밴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논리인데, KB국민카드는 적자가 난 구멍을 밴 수수료로 메우겠다는 꼼수”라고 정면 비판했다.

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KB국민카드 내부에서 밴 매입 대행을 해지하게 되면 리스크가 커 문제가 있다는 담당직원의 의견을 묵살하고, 해당자를 보직 변경해 다른 부서로 보내는 등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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