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입주가 시작된 서울 공덕동 신공덕 아이파크 아파트로 이사한 박세범 씨(39세). 박 씨는 이사 당일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서울도시가스 서비스센터에서 설치비 4만8000원을 현금으로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고급 자재를 사용해 미리 설치를 완료했으니 설치비를 내야 도시가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씨는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당장 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에 요구하는 설치비를 지불했다. 밸브와 호스 등 자재를 재활용하기 위해 챙겨 왔지만 사용이 불가능했다.
소비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자재 선택권도 무시한 도시가스 서비스센터의 처사가 불만스럽지만 도시가스는 지역 독점 사업이기 때문에 공급사를 다른 곳으로 바꿀 수도 없다. 박 씨의 사례처럼 신축아파트 도시가스 설치비에 비싼 자재를 끼워 파는 등 지역 독점권을 남용한 도시가스 서비스센터의 횡포에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15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회사에서 전출 시 가스레인지 등 도시가스 철거비용은 소비자에게 직접 부과하지 않지만 전입 시 설치비용은 해당 서비스센터에 현금으로 부담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도시가스 철거비용은 도시가스회사의 공급비용에 반영할 수 있도록 조치해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사 가는 곳의 설치비는 아직 소비자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도시가스 서비스센터에서는 인건비와 재료비, 검사비 등을 합해 설치비 명목으로 2만~5만원가량을 소비자에게서 받고 있다. 설치비 중 약 2만원은 설치기사 인건비고 나머지는 밸브, 호스, 퓨즈코크 등 자재비다. 이전에 살던 집에서 철거 시 자재를 잘 챙겨오면 설치비 절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신축아파트와 같이 새로 지은 공동주택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도시가스 서비스센터에서는 관할 지역에 아파트나 대형 다세대주택이 들어서면 통례적으로 설치기사를 투입해 각 가구에 도시가스 설치작업을 미리 수행하고 입주자들이 들어올 때마다 설치비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센터는 임의로 선택한 자재비를 설치비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도시가스 이용이 불가능하다.
소비자로서는 굳이 비싼 고급 자재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안전규격을 통과한 자재를 이용하면 된다. 이전에 살던 집에서 챙겨온 자재를 재활용해 설치비를 줄일 수 있는 선택권도 있지만 박탈당하고 있다. 또 개별적으로 도시가스를 설치할 때와 아파트에 일괄 설치할 때는 인건비 차이가 있는데도 서비스센터에서는 이를 구분하지 않고 2만원으로 일괄 통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도시가스 공급체계가 지역독점 구조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소관부처와 소비자원 등 관계기관과 해당 사안의 문제점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