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농업, 건설…. 우리 삶을 둘러싼 물질의 조성을 하나하나 살펴 가보면 다우케미컬을 제외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가 별로 없다. 세계 화학소재 시장을 대표하는 이 전문기업의 출발은 바로 표백제였다.
1897년 산업혁명 당시 산업계와 노동계에서는 표백제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고, 이에 착안해 허버트 다우는 다우케미컬을 창업했다. 미들랜드 염전 바닥에서 브롬을 추출해낸 게 시초다. 1900년 미시간주 미들랜드의 미들랜드케미컬을 인수합병(M&A)한 뒤 농업 분야로 손을 뻗었다. 다우케미컬이 지금 본사가 위치한 미들랜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때다. 이후 농업 뿐만 아니라 각종 공업용 금속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면서 다우케미컬도 세계적 기업으로 커졌다.
1㎞ 남짓한 미들랜드 시내를 지나 외곽으로 접어들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우케미컬과 다우코닝 공장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다. 아이보리색 공장 건물과 화학처리시설이 있는 곳이 다우케미컬 캠퍼스다. 뒷편으로 돌아가면 공장까지 원료를 공급하기 위한 철길이 놓여 있다.
이 곳은 전 세계 36개국에 퍼져 있는 188개 제조시설 중 하나다. 5000종이 넘는 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전자·농업·건설·에너지·헬스케어·포장재 분야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가 경쟁력
다우케미컬은 첨단재료(Advanced Materials), 농업과학(Agricultural Sciences), 기능성 소재(Performance Materials), 기능성 플라스틱(Performance Plastics), 원료 및 에너지(Feedstocks&Energy) 5개 사업 부문으로 나눠 운영된다. 각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기르는 한편 협업을 통해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낸다는 게 이 회사 전략이다. 첨단재료사업 안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 소재가 포함된다. 건설에 필요한 각종 코팅재, 태양광발전, 수처리 기술도 있다. 농업용 화학약품도 주력 제품이다. 씨앗, 기름도 공급한다. 유기화합물인 아민(Amines), 염소처리 구조물, 자동차 소재, 에폭시, 산화솔벤트, 폴리글리콜, 폴리우레탄은 기능성소재사업 부문에서 만든다. 포장지나 탄성중합체(합성고무), 클로르알칼리·클로르비닐·염화탄소는 각각 기능성 플라스틱과 원료에 속한다.
합작사 설립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과 다른 회사 기술을 접목해 신시장을 창출해 낸다. 다우케미컬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조인트벤처(JV)만 14개다. 이 회사는 실리콘을 개발하기 위해 코닝과 손잡고 다우코닝을 만들었다. 정밀고순도테레프탈산(PTA)은 쿠웨이트 페트로케미컬인더스트리즈와 공동 설립한 에퀴폴리머가 양산한다. PTA는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기초 원료다. 섬유, 병, 박막필름 등 각종 산업에 쓰인다.
전자재료 사업은 지난 2008년 롬앤드하스를 인수하면서 본격 진출했다. 다우케미컬의 기반 기술과 롬앤드하스의 양산 능력이 결합해 이 시장에서 단숨에 상위권 업체로 뛰어올랐다. OLED의 전자이동층(ETL), 발광층은 다우케미컬이 선점했다. 첨단 반도체 패키지 소재, 광촉매(TiO2)도 대표 제품이다. 반도체 공정 필수 재료인 화학적기계연마(CMP) 패드는 다우케미컬이 독점하고 있다.
◇적극적인 R&D 투자
지난 2011년 기준 이 회사는 16억5000만달러를 R&D에 투자했다. 다우케미컬 관계자는 “세계에서 R&D 투자 금액으로는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기술 300개는 마스터(master) 프로젝트로 지원하고 이 아래 500개 하위 프로젝트가 따라 붙는다. 신소재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568억달러. 120년간 직원만 5만4000명으로 늘었다. 다른 화학회사가 다우케미컬의 소재를 사갈만큼 품질이나 제품 종류면에서 압도적이다. `화학회사의 화학회사`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