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기준 우리나라 금속광물 자급률은 0.8%다. 금속광물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수입에만 의존하는 자원조달 방식은 한계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다. 대안으로 최근 효용가치가 부각되는 순환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미 일본, 독일 등 재자원화 선진국은 산업원료로 활용되는 금속자원 40% 이상을 자원순환을 통해 확보한다. 우리나라도 자원수급 안정화를 위해 재자원화 산업에 많은 관심과 정책적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우리가 쓰고 난 제품을 다시 자원화하는 방법은 크게 재제조와 물질재활용(도시광산산업)으로 나뉜다. 도시광산은 부산물 등을 파쇄〃용해해 원료화하는 방식으로 최근 몇 년 새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재제조는 사용한 제품을 파쇄〃용해하지 않고 해체한다. 소모성 부품만 교체하고 신품과 유사한 성능으로 복원, 재상품화하는 방식이다. 재제조는 기존 부품 대부분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물질재활용에 비해 자원·에너지 절감효과가 크다. 품질, 성능이 신품과 유사하면서 가격은 신품가의 반값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크다. 사용한 제품을 재자원화할 때는 도시광산 방식을 택하기 전에 재제조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자원·에너지 절감효과와 품질·가격 측면에서 커다란 장점을 지닌 재제조품이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유는 재생, 재활용, 재제조 등에서 “재”자를 `헌 것` 또는 `저질품`으로 생각하는 소비자 정서가 작용한 때문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재제조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 선호도는 선진국에 비해 낮다. 그동안 재생품 또는 재제조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 보증체계 미흡으로 소비자의 피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환경친화적산업구조로의 전환 촉진에 관한 법률`에 재제조제품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다. 2008년 자동차 주요 부품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제도를 확대 중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최근 국내 시민단체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재가공(재제조)부품 사용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의견이 30% 이하로 낮아졌다. 대부분 소비자가 부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보장되면 재제조부품을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생산자의 책무다. 재제조부품이나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얻어지는 수익을 소비자와 공유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원제조업체와 재제조업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재제조 선진국의 경우 이미 원제조업체의 재제조업 분야 진출이 활발하다. 독일 벤츠 계열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ATC, 미국의 캐터필라, 제록스사 등이 대표적 성공사례다. 제록스사는 복사기 재제조라인을 별도로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경영전략을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제품을 판매한다. 소비자는 재제조 카트리지를 사용, 동일 성능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부가 혜택을 얻는다.
재제조산업도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숨어있는 보석산업이다. 원제조업계는 재제조 업계를 시장을 잠식하는 경쟁 상대가 아니라 `동일 산업의 지속적 성장`이라는 같은 꿈을 가진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재제조품 사용 확대를 위한 소비자와의 신뢰구축 프로그램 마련으로 충분한 소통이 이뤄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될 때 원제조·재제조업계간 상생 협력의 모델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업계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이익을 공유하는 신비지니스 분야가 태동할 것이다.
강홍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원순환기술지원센터장 kanghy@kncpc.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