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훈의 디지털 확대경]북한이 노리는 건 사이버전쟁이다

전면전(全面戰)을 일으켜 전쟁의 승패를 가리기란 쉽지 않다. 전력(戰力)이 적의 서너 배 이상 앞서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전을 벌이면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속전속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적국이 우방국의 지원으로 전투력을 보강하므로 전쟁 승리도 낙관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완승의 조건을 갖추지 않은 채 전면전을 일으키는 것은 무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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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에서 승률을 높이는 전술은 분명 있다. 전면전을 벌이며 전선(戰線)의 특정 부분에 전투력을 집중해 균형을 허무는 방법이다. 전선의 한 부분을 뚫으면 적의 측방과 후방 공격이 가능해진다. 전시에 측후방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적을 막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작전에 성공하면 전선의 나머지 부분을 장악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 전술이 바로 북한이 강조하는 첨입작전(尖入作戰)이다.

이 역시도 전선 교전(交戰)이 필수적이니 어느 정도의 전투력 손실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땅굴이다. 교전 없이도 고도로 훈련된 병력을 적 후방으로 은밀히 침투시켜 교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하지만 땅굴을 몰래 파 내려오는 것은 시간이나 비용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전술은 진화하기 마련이다. 승산을 따지기 어려운 전면전보다 훨씬 효율적인 것은 비대칭전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총, 야포, 탱크, 군함, 전투기처럼 전쟁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대칭전력(재래식 무기)을 뺀 기타 특수 전력이 비대칭전력이다. 여기엔 생화학 및 핵무기·탄도미사일·장사정포·잠수함 등 전투장비와 특수부대·사이버전력 등의 병력이 포함된다. 대칭전력보다 비용투입 대비 효과가 크다. 이 또한 북한이 역점에 두는 전술이다.

비대칭전력이라 해도 전력 강화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또 지속적으로 비용을 쏟아 부어야만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전쟁 자체가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까지 긴장시키고 반발을 사니 발사(發射)버튼을 누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가운데엔 현대전에 꼭 맞는 무기가 있다. 다름 아닌 사이버전력이다. 사이버전쟁을 일으키는 쪽에서는 전사자가 생길 일도 없다. 소모성 무기를 사느라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할 필요도 없다. 사이버전쟁은 총성 한 번 울리지 않고 첨입과 적진교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획기적인 21세기형 첨단전쟁이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은 연평도를 불시에 포격했다. 오판이다. 우리의 군사대비 태세를 한층 강화케 하는 역효과를 유발했을 뿐 아니라 북한의 우방국마저도 고개를 가로 젓게 했으니 오판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이젠 북한이 무력이 아닌 다른 공격수단을 모색할 게 뻔하다.

그 와중에 주요방송사와 은행 전산망이 다운된 3·20 사이버테러가 일어났다. 국가의 핵심 보안 인프라에 속하는 미디어와 금융망이 뚫렸다. 여기에 나머지 통신·교통·에너지 인프라까지 마비된다면 더 이상 국가 안보란 없다. 북한 소행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북한이 우리 전산망의 허점을 간파하고, 사회적 혼란이 어떠한 지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다른 건 몰라도 북한은 사이버전 능력면에서 세계 5강 안에 드는 선진국이다. 그런 북한에게 우리는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북한이 이 허점을 간과할 리 없다.

요사이 북한은 전략미사일부대와 로켓부대에 전투준비태세를 지시하며 전쟁위협을 키우고 있다. 교란작전이다.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다. 북한이 미사일 위협과 핵전쟁을 운운할 때일수록 우리는 사이버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사이버전에서 패하면 재래식 무기가 동원되는 후속 전쟁에서도 패할 수밖에 없다. 시간은 마냥 우리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정훈 정보산업총괄 부국장 jh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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