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는 양적 성장은 의미가 없습니다.”
하이얼코리아가 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선언했다. 중저가 제품 위주로 가격경쟁력만 갖춰서는 장기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내년 한국법인 설립 10주년을 앞두고 올해를 고객만족 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변화의 중심에는 김병열 하이얼코리아 대표가 있다. 9일 기자와 만난 김 대표는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올해는 매출 성장보다 고객만족을 강화하자는데 본사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매년 두배 이상 성장해왔던 하이얼코리아의 양적 성장에 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중장기적 목표로는 2015년까지 1억달러 달성이라는 목표가 있지만, 이는 의미있는 숫자가 아니다”고 못박으며 “합리적 소비 분위기로 소비자의 니즈가 이동하는만큼 품질경영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는데 본사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값TV` 열풍을 예로 들면서, 중저가 가전 시장이 열리는 것을 미리 알아본 유통업계의 앞선 시도라고 평가했다.
하이얼코리아는 당시 반값TV 열풍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김 대표는 단기적 성공보다 가격경쟁력만 갖추고 품질이나 사후관리를 제대로 못한 중저가 브랜드들이 잇달아 무너지는 데 주목했다. 이는 오히려 TV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배력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 대표는 “프리미엄 제품이 90%를 차지하는 TV시장은 가전시장에서도 가격 거품이 가장 크다”며 “하이얼이 가장 잘 하는 백색가전이 아니지만, 오히려 가격 거품을 빼면서 짧은 시간에 시장 진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D나 스마트 기능이 아닌 기본 품질을 높인 제품과 사후관리 서비스 강화로 TV부문 시장점유율이 크게 뛸 것을 기대했다. 품질 관련 직원을 늘리고, 가전 제품 전반에 걸쳐 무상서비스 기간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이얼코리아는 TV패널 무상보증 서비스는 업계 통상 2년을 3년으로 확대 시행했다. 롯데하이마트 등 양판점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소셜커머스 등 온·오프라인 판매에 박차를 가했다. 차주부터는 사무실도 아예 거래선들이 주로 모여있는 강남으로 옮긴다.
김 대표는 “최근 일본에서도 10여년만에 가전 시장점유율 20%에 3등 사업자까지 올라갔다”며 “한국에서도 올해 연말이면 TV시장에서 월 1만대 판매에 가정용TV 시장 점유율 10%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대표는 “대형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 쏠림이 심해지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된 면도 있다”며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중소형 제품과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품위있는 품질`을 갖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