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글로벌리포트]시각효과(VFX)

영화 `아바타` `인셉션` `라이프 오브 파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제작비 절반 이상을 시각효과(VFX:Visual Effect)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특히 아바타는 5억달러를 투자해 영상의 90% 이상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제작,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안 리빙스턴과 알렉스 호프가 발표한 `영국 비디오와 시각효과 산업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영화 제작 시 10%에 불과했던 VFX 예산은 최근 20~50%까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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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둑들` 사전 시각화 작업.

◇VFX, 영화 제작에 `필수`

VFX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 1993년 개봉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쥬라기공원`과 2010년 `아바타`,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은 `라이프 오브 파이`가 VFX 기술 발전 역사를 대변한다.

우리나라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VFX 관련 산업 규모는 지난 2012년 약 300억원까지 성장했으며 올해 최대 두 배 가량 커질 것으로 보인다.

CG 업계 한 관계자는 “3D 영화 제작이 활성화 되고 있고 해외 합작영화 개봉도 늘어난 만큼 올해 국내 영화 VFX 시장은 지난해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헐리우드와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가 빨라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해 한국영화 흥행 순위 톱3에 오른 `도둑들`은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우수한 연기력, 효과적인 마케팅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작품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수한 VFX 기술이 없었다면 이 정도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극중 사실감 있는 액션 신들은 단연 화제가 됐다. 배우 김윤석의 건물 외벽 와이어 액션신은 VFX 전문기업인 디지털아이디어의 `고품질 3D 영상의 효율적인 제작을 위한 온스테이지 사전시각화 기술`에 힘입어 탄생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재난영화 `타워`는 총 3000컷 중 1700컷을 CG로 구현했다. 국내 영화 사상 가장 많은 CG가 사용됐다. 실사 촬영 없이 순수 디지털로만 제작된 3D 컷만 150컷에 달한다. `도둑들`과 `타워` 제작에 참여한 디지털아이디어의 핵심 기술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개발(R&D) 지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 개발본부는 지난 2009년부터 작년까지 문화기술 연구개발(R&D) 분야 투자비 총 1717억원 중 3분의 1인 586억원을 영상과 뉴미디어 분야에 쏟아 부었다. VFX를 비롯한 영화 콘텐츠 기술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작비 230억원을 투자해 만든 한·중 합작 영화 `미스터 고`는 국내 최초로 100% 3D 촬영방식을 적용하고 풀 3D 디지털 캐릭터를 구현하는 등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 개봉 전부터 화제다.

영화 전체 분량의 90%가 VFX 장면으로, 제작비 230억원 중 CG에 투입한 비용이 100억원에 달한다. `미스터 고` 제작에 활용된 문화콘텐츠 기술 역시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프로젝트 기술개발 과제 지원을 통해 개발됐다. 이 영화는 중국 최대 영화사 화이 브라더스를 통해 중국 5000여개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헐리우드의 VFX 관련 시장이 2조원인데 비해 국내는 300억원으로 크게 작다는 평가다. 관련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아직 유치가 쉽지 않은 게 문제로 지적된다.

◇VFX 업계, 해외 진출 나서야

문화 콘텐츠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VFX 산업도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올해 국내 영화 시장에서 VFX 업계의 공급은 이미 수요의 2배에 달할 정도로 포화상태다. 국내를 벗어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영화 자체의 해외 진출보다는 VFX 기술 수출이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CG 관련 업체는 50여개다. 국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소수 기업간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이미 몇몇 국내 애니메이터, CG 디자이너들이 해외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ILM(Industrial Light&Magic)의 수석 아트 디렉터 이승훈 감독은 헐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ILM은 영화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헐리우드 최고의 디지털 특수효과 회사다. 이승훈 감독은 `캐리비안의 해적` `아바타` `해리포터`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의 특수효과를 담당하면서 조지 루카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이승훈 감독은 오랜 해외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전수해 국내 VFX 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영상 세미나, 워크숍 등을 진행 중이다. 오는 16일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개최되는 `CT포럼 2013`에 참석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장면 속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설 계획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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