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우리나라 국방부의 일부 미국산 소프트웨어(SW) 사용이 사실상 불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국방부는 외교라인을 통해 미국 측에 항의 의사를 전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USTR가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를 요약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높게 평하면서도 국방부에는 우려를 표했다.
국방부가 인가받지 않은 SW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 미국 측이 한국 정부에 공공기관의 합법적이고 인가받은 SW 사용을 권고했다는 것도 언급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국방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 SW 사용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접속라이선스(CAL) 침해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인 것을 지적한 것이다. 동일 사안에 대해 국내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 사안이 아닌 당사자끼리 처리할 사안이며, 무역분쟁 소지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USTR가 이를 `인가받지 않은 SW 사용`으로 단정지었다는 점이다. 자국 SW기업 제품이 한국에서 불법 사용되고 있다는 식으로 판단한 셈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USTR 보고서 내용을 사전 인지한 국방부는 지난달 말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를 갖고 공동 대응키로 했다. 외교부 등 외교라인을 통해 미국 측에 불법 SW 사용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USTR 보고서 내용에 항의할 계획이다.
USTR는 우리나라의 지상파·케이블·위성사업자 외국인 지분제한도 투자장벽으로 언급했다. 한미 FTA에 따라 2014년 3월부터 기간통신 투자제한이 철폐되지만 이들 분야는 지분 제한이 유지된다는 지적이다.
함께 발표된 `기술장벽보고서`에는 한국에너지관리공단 인증을 받은 태양광 패널만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한국이 미국산 태양광 패널 시장진입 배제 우려를 반영해 새 인증 기준 마련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국내 휴대폰 전자파 등급제도를 둘러싼 논란도 일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공개한 휴대폰 전자파 등급제 고시안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양자 협의에서 문제를 계속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