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에 포진한 대기업이 업종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광산업을 비롯해 정보가전, 자동차 등 광주를 대표하는 지역전략산업이 IT를 접목한 융·복합화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LED시장 미개화, 소비심리 위축 등에 따른 난관을 사업구조의 질적개선으로 풀어보겠다는 복안이 숨어있다.
최근 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데 이어 지역 대기업들이 사업구조를 잇따라 개편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LG이노텍, 한국알프스는 자동차 전장부품 및 텔레매틱스 분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하지만 머리역할을 하는 대기업의 R&D 투자와 인력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사업 확장에 걸림돌도 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일부 R&D 기능을 지역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 LG이노텍 “전자에서 자동차로”
LG이노텍(대표 이웅범)은 지난해 말 전자부품인 튜너와 파워모듈 등 광주공장 핵심사업을 중국과 인도네시아로 이전했다. 한때 캐시카우였던 튜너와 파워모듈이 수익성과 채산성 모두 떨어지자 과감히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튜너와 파워모듈은 고성장을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인데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국내에선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LG이노텍은 미래 먹거리로 자동차 텔레매틱스 사업을 선택했다. 광주공장을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인 `자동차 전장부품 특화기지`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광학솔루션과 LED, 차량전장으로 이뤄진 3개 사업부분을 전문화하고, 자동차 전자부품 생산 집적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텔레매틱스는 통신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내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LG이노텍은 경기도 평택공장의 차량용 텔레매틱스 통신모뎀 설비라인을 상반기내 광주로 이전할 계획이다.
또 구미공장의 차량용 면광원 관련 설비도 올 초 광주로 이전해 완성차 업체의 신모델 출시에 맞춰 대규모 양산을 준비 중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A사와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전장제품 납품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에는 12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옵티머스 G 등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따른 카메라 모듈 매출 증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카메라 모듈의 경우 자동차의 전후방면 카메라와 연계 가능성이 높다.
◇한국알프스, 100억들여 홈모바일 육성나서
한국알프스(대표 고이즈미 히로미)는 홈모바일과 자동차전장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국알프스는 지난해 말 100억원을 들여 광주 하남산단에 대규모 R&D센터를 구축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설립된 이 연구소는 오는 17일 강운태 광주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을 갖는다. 한국알프스는 연구인력도 대폭 보강했다.
컴퓨터 주변기기, 컴포넌트, 고주파 통신부품 등 기존 100명의 연구인력 외에 50여명의 R&D인력을 충원했다. 1500명의 전체 직원 가운데 10%가 연구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일본에 본사를 둔 글로벌기업이 광주에 대규모 R&D 투자와 연구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알프스가 대규모 투자를 한 이유는 신성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자 전장제품과 도어모듈, 홈모바일, 파워미터 스위치 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와의 파트너십 강화와 시장선점도 주요배경이다. 지난해 3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한국알프스는 올해 4000억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대우일렉, 2017년까지 3조5000억 달성
지난 2월 동부그룹에 인수된 대우일렉트로닉스(대표 이재형)는 지역 가전산업의 규모 확대에 핵심역할을 집중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공장시설 및 R&D 등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지난해 1조4000억원 규모의 매출 규모를 오는 2017년까지 3조5000억대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를위해 동부그룹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1500억원을 긴급 투자해 생산설비 보완과 신제품 개발을 진행한다. 광주공장의 생산성을 30%까지 끌어올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마스터플랜도 수립했다.
올초 동부그룹에 편입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대우사태로 2000년 1월 워크아웃에 돌입한 지 13년 만에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동부그룹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신임 대표이사에 인수팀을 진두지휘해온 이재형 동부라이텍·동부 LED 부회장을 선임했다. 이 부회장은 경복고, 성균관대를 나와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삼성물산 구주총괄, 정보통신부문장, 미주총괄을 거치며 전자·정보통신산업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4월 한국광산업진흥회장으로 취임한 이 부회장은 LED, 광통신 등 광산업과 가전산업과의 융합에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
이재형 부회장은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아웃소싱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이를통해 글로벌 중저가 가전시장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고 세계 10위 종합전자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 기아차 광주공장 15년만에 매출 10배
광주시가 현재 연 50만대에서 100만대 생산체제 구축에 올인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가 이를 첫번째 지역공약으로 내건 만큼 실현 가능성도 어느때 보다 높다. 특히 기아차 광주공장은 올초 증설을 통해 연 62만대 생산체체를 구축하면서 울산에 이은 제2의 자동차 생산도시 도약도 가능해졌다.
광주시는 자동차전용공단 조성을 통해 하이브리드, 클린디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 `친환경자동차 클러스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실제 기아차 광주공장은 연간 44만~48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지역경제와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지역 총 수출액 141억 달러 가운데 50억 달러를 자동차가 차지했다. 연간 매출액은 8조원 규모의 지역 총생산의 30%를 웃돈다. 100만대 생산기지가 구축되면 자동차 관련 매출액이 16조원대로 급상승한다.
협력업체의 광주이전도 활발하다. 지난해 16조원의 매출을 보인 현대모비스는 광주에 300억원을 투자해 칵핏모듈과 프런트엔드모듈을 양산하는 생산기지를 새롭게 확보하게 됐다. 지알켐, 하이본, 화성알텍, 지엔씨, 일정 등 협력업체도 잇따라 둥지를 틀고 있다.
광주시는 부지마련과 민자유치, 정부지원 등을 통해 생산단지 조성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우선 광산구 평동 포사격장과 동백훈련장 이전을 위해 군당국과 협약을 체결했다. 포사격장 부지 240만㎡와 사유지 등 모두 300여만㎡에 자동차 전용산단을 조성한다. 1조3000억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정부지원 없이 지자체 단독으로 진행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전략산업 한 관계자는 “지역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대기업 경영진의 육성의지와 투자전략”이라며“대기업의 지역 R&D기능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