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창업 1번지. KAIST 창업보육센터를 가다]<1>유망 입주기업 `파티클라`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창업은 뿌리가 깊다. 연구개발(R&D)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의 창의력과 기술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준비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 사업은 기술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금은 기본이고 마케팅, 특허, 회계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 예비 창업자 혼자서 해결하기가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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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창업보육센터는 국내 대표적인 기술창업 보육의 요람이다. 10여년 넘게 다양한 창업 보육 프로그램과 시스템으로 기술 벤처를 길러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인 골프존, 이엘케이 등이 창업 초기 KAIST를 거쳐갔다. 현재도 무수한 새내기 벤처가 이곳에서 꿈을 키우며 성장하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사는 KAIST 창업보육센터와 공동으로 센터 내 유망한 입주기업 및 졸업기업 현장을 찾아 기업 경쟁력, 성장 비결 및 발전상 등을 집중 조명한다.

“졸업을 앞두고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일궈놓은 연구 성과물이 많은데 어디에 써야 하나,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더군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창업이었습니다.”

파티클라(대표 허성환)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새내기 벤처기업(스타트업)이다.

2년여 전 KAIST 원자력공학과 박사 출신인 허성환 사장이 졸업과 동시에 창업했다.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국립암센터 등 내로라하는 기관에서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다 물리치고 창업을 선택했다. 석박사 과정 동안 힘들게 일궈놓은 연구 성과물을 내팽개칠 수 없어서다.

허 사장은 세계 최초로 냉음극 X선 튜브(탄소나노튜브 초소형 X선관)를 개발한 주역이다. 그의 기술력이 응집된 논문은 지난해 세계적인 저널인 `나노스케일 리서치 레터`에 실려 냉음극 X선 튜브 기술의 탄생을 알렸다.

냉음극 X선 튜브는 의료계(방사선 진단기)와 산업계, 연구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X선 발생기의 핵심 부품이다. 전구로 치면 LED에 해당하는 첨단 기술이다. 소비전력이 낮은데다 해상도가 높고, 제품화 시 소형화가 가능하다. 이 기술은 학계 및 업계에서 지난 100년간 부동의 자리를 지켜온 열음극 기반 X선 튜브의 뒤를 잇는 차세대 기술로 인식돼 왔다.

마음먹고 창업에 나섰지만 순탄치 않았다. 갑자기 내린 결정이라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만 했다. 사업화는 고사하고, 회사 설립 절차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창업 첫 단계부터 막막했다. 인터넷에서 회사 설립과 관련된 표준 서식을 찾고, 서울을 여섯 번이나 오르내린 끝에 어렵게 회사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

사무실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모교인 KAIST 창업보육센터를 찾아봤지만, 입주 시기가 맞지 않았다. 결국 그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한 중소기업 대표 도움으로 5평 남짓한 창고에서 첫 살림을 시작했다.

KAIST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지는 1년이 됐다. 이곳에 둥지를 튼 게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허 사장은 “사업상 물과 전기가 필요한 만큼 공장 시설을 지을 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았는데, KAIST는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며 “창업보육센터에서는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과제나 멘토링, 특허출원 등 다양한 정보와 정부 지원 정책을 수시로 서비스해 줘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엔지니어이면서 회사 대표지만, 웬만한 생산 시설은 직접 만들어 쓴다. 자신이 생각한 제품을 제대로 구현해내기 위해서다. 냉음극 X선 튜브의 성능을 실험할 차폐시설이나, 시제품 양산 자동화 라인도 직접 만들었다. 시중에서 1억원 이상 줘야 할 진공접합로도 직접 발로 뛰어 1200만원에 완성했다. 여기에는 뛰어난 손재주도 한 몫 했다.

올 연말쯤에는 첫 제품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정전기 제거 기능을 갖춘 연X선 재전기와 치과 X선 진단기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허 사장은 “미국 중견 X레이 업체와 투자 및 기술 개발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앞으로 X레이 튜브 시장에서 최강자로 꼽히는 일본 도시바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처럼 기술 창업을 꿈꾸는 학교 후배 예비창업자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창업 아이템에 대한 기술적 깊이가 있다면 창업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을 했던 연구자들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페이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애써 축적된 R&D 지재권도 사장되지 않습니다. 학교 내 창업지원정책이 무엇이 있나 사전에 잘 알아보고 준비해서 때가 되면 용기를 갖고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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