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고 머뭇거리는 사이 경쟁자들은 성큼 성큼 달려 나간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한국이 꼭 이런 처지에 놓였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은 경쟁적으로 ICT를 바탕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추진한다. 10여년간 ICT정책과 산업을 선도한 우리나라는 앞서가기는커녕 되레 뒷걸음친다. 주파수 정책 혼란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새 정부조직개편으로 주파수 정책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원화됐다. 주파수를 통신과 방송용으로 구분해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세계의 웃음거리다. 세계가 기막혀 할 또다른 실험도 저지를지 모른다. 700㎒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이다.
이 주파수 용도는 세계적으로 통신으로 정해졌다. 미주와 유럽 대륙은 물론이고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도 롱텀에벌루션(LTE)이라는 통신용으로 이 주파수를 쓴다. 우리 정부도 이렇게 통신용으로 정해 일부 할당을 했지만 방송계 반발에 나머지 대역 할당을 결정하지 못했다. 부처까지 나뉘어 주파수를 관리하면서 자칫 방송용으로 할당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방송용으로 할당한다면 세계 통신방송사에 `길이 남을` 실험이 될 것이다. 이런 악몽이 현실이 될까 정말 두렵기만 하다.
700㎒ 주파수 정책 혼란은 이제 창조경제를 내건 새 정부 성패를 가늠할 척도까지 됐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ICT 기반으로 융합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우리 경제 체질을 확 바꿔보겠다는 비전이다. 주파수 할당은 창조경제가 아닐지라도 가장 기초적인 산업과 기술 정책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도 700㎒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할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창조경제라는 비전이 도대체 무엇인지, 혹시 허구는 아닌지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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