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밀도를 재정의해 세계표준을 바꾼 과학자. 김진석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선임본부장에 따라다니는 얘기다. 김 선임본부장은 지난 35년간 세계 과학기술계가 사용해오던 공기 중 아르곤 농도와 분자량을 재정의해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김 선임본부장은 연세대와 KAIST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UCSD) 대학원에서 우주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지식경제부 산업표준심의 위원과 가스기술기준위원으로 현재 활동 중이다.

지난 2004년 표준연 대기환경 표준센터에서 일하던 김 선임본부장은 연구팀과 함께 공기 주성분 중 하나인 아르곤 농도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정확하게 측정했다. 공기 중 아르곤 농도가 기존에 알고 있던 0.917%가 아닌 0.933%라는 사실을 발견해 세계를 깜작 놀라게 했다. 2006년엔 아르곤 동위원소 비율을 재정의했다. 지구과학분야 연대분석에 대한 기준을 새로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미국 표준기관인 `NIST`가 1969년 정한 결과 값을 의심 없이 사용해 왔다. 공기에 포함돼 있는 질소나 산소, 아르곤, 이산화탄소 등의 분자 중에서도 아르곤은 가장 측정이 어렵다. 산소의 간섭 때문이다. 김 선임본부장은 “당시 국제도량형국에 공기 중 아르곤 농도 측정치를 제출하기로 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 네덜란드, 영국 등 4개국밖에 없을 정도”라며 “그나마 1년에 걸쳐 두 번의 국제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측정치를 제출한 국가는 우리 뿐이었다”고 말했다.
김 선임 본부장은 지난 2012년 국제표준기구인 물질량자문위원회 가스분석워킹그룹 위원장에 선임됐다. 물질량자문위원회는 물질량분야에 대한 사항을 국제도량형위원회(CIPM)에 과학기술적으로 자문해주는 조직이다. 전문 분야별로 워킹그룹을 두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