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자 퓨처 섹션에 `콘텐츠 전망대` 코너를 신설합니다. 코너에서는 콘텐츠 분야별 전문가가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이슈를 주제로 콘텐츠의 현재와 미래를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필진에는 이대현 문화체육관광부 기술PD(한국산업기술대 게임공학과 교수), 안수정 가톨릭대 한류대학원 한류지식센터연구위원, 김현우 리딩인베스트먼트 대표(한양대 겸임교수),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심재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백승균 홍익대 산업대학원 교수 겸 애니메이션 감독이 참여한다.
이대현 문화체육관광부 기술PD(한국산업기술대 교수·daehyun.lee.sync@gmail.com)
요즘 지하철을 타면 20대 여성이 스마트폰을 붙잡고 `애니팡`이나 `다함께 차차차` 등 카카오톡 게임을 즐기는 광경을 흔히 본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중고등학생 모습이 연상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변화의 중심에는 게임 인터페이스가 있다. 오락실이 유행했던 1980∼1990년대 아케이드 게임을 위한 조이스틱과 버튼, 온라인 게임의 키보드와 마우스가 당시 인터페이스를 대표했다면 스마트 세상에서는 터치스크린이 대세다.
차세대 게임에는 어떤 인터페이스가 사용될까. 극복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있지만, 동작 인식 인터페이스일 것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지난 2월 소니는 차세대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 4(PS4)를 발표했다. 소니 명성에 걸맞게 PS4는 동작 인식 컨트롤러인 PS 무브 기능을 내장해 타깃 시장을 예고했다.
사실 동작 인식 게임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업적으로 잘 알려진 최초 성공 사례는 2003년 출시된 소니 아이토이(Eyetoy)라는 플랫폼이다. 어린이 대상 미니 게임에 활용해 큰 성공을 거두며 동작 인식의 재미를 게임화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낮은 해상도와 조명에 취약한 탓에 정확한 동작 인식이 어려웠고 2차원 동작만을 인식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3차원 동작 인식 게임 시장을 연 것은 닌텐도다. 2006년 출시 이후 위(Wii)는 세계적으로 1억대 가까이 팔았다. 비교적 정확한 3차원 동작 인식 기술이 닌텐도 특유의 뛰어난 아이디어와 결합해 대성공을 거뒀다. 닌텐도 위의 성과에 충격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절치부심 끝에 2010년 내놓은 제품은 키넥트다. 빛의 영향을 받지 않고 컨트롤러를 손에 쥘 필요가 없어 신체의 다양한 동작을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며 2400만대가 판매됐다.
동작 인식 기술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콘솔 게임의 주요한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나, 온라인 게임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콘솔 게임과 달리 복잡하고 세밀한 메뉴 조작과 채팅이 필요하고 화면에 가까이 앉아서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과 궁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애니팡`을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게임과 인터페이스는 궁합이 맞아야 생존할 수 있다.
동작 인식이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주력 인터페이스로 도입되려면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정밀하고도 빠른 속도의 인식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소개된 미국 립 모션(Leap Motion)의 동작 인식 기술은 게임 업계의 이목을 집중하는 기술이다. USB 메모리 스틱 크기에 불과한 소형 디바이스로 가로, 세로, 높이 각 60㎝ 정도 공간 내에서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최대 100분의 1㎜ 정확도로 290분의 1초마다 측정해낸다.
열개 손가락 끝을 실시간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추적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키넥트와 마찬가지로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깊이 인식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두개 카메라를 이용하고 독자적인 필터링 알고리즘을 도입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79.99달러로 가격도 저렴하다. 5월부터 판매해 실제로 게임에 적용될 경우 그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가 이미 초소형으로 설계돼, 스마트폰 속으로 내장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미국 썰믹랩의 `MYO`도 주목 대상이다. 손목보호대와 같이 생긴 제품을 팔뚝에 차면 팔과 손 동작을 인식할 수 있다. 원리는 팔과 손의 움직임으로 근육에 흐르는 전기 신호가 달라지는 것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동작을 취하기도 전에 손가락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새로운 게임을 통해 게이머에게 차별화된 즐거움을 주는 것은 모든 게임 개발자의 꿈이다. 동작 인식 기술은 미래에 다양한 형태의 게임 콘텐츠 장르를 창출할 핵심이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정체국면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국내 기업의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온다. 립 모션과 같은 기술로 동물들을 터치가 아닌 공간 제스처로 제거하는 `3D 애니팡`을 스마트폰에서 즐길 날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