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주요 방송사와 은행의 전산망이 마비됐다.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터진 사고로 영업 마감 전이었던 은행에는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자동입출금기(ATM)와 창구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려야했다. 또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뱅킹도 전면 불통됐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고 앞에 국민들은 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그동안 해킹·디도스(DDoS) 등 수차례 전국적인 마비사태를 겪고도 명확한 원인을 밝혀낸 적이 없다. 이날도 정부는 디도스가 아닌 악성코드를 악용한 해킹으로 1차 결론을 냈다. 어디가 취약하고, 어떤 문제로 사고가 터졌는지 시원한 설명이 없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망을 깔고, 전산망에 투자해 정보화 초강국을 만들어 낸 우리의 현주소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몇 차례 사고가 있었다는 것은 비슷한 조건·수준의 방법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말해준다. 따라서 단 한 번이라도 명확한 원인을 잡아냈다면 이처럼 국민이 언제 다시 터질지 몰라 불안해하는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새 정부는 국민안전과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내걸었다. 국가 전산망이나 인프라 안전성 확보는 국민 안전 지키기의 최전선이다. 이처럼 허망하게 마비되고, 보완되고, 다시 터지는 악순환이 계속돼서는 국민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
3·20 전산망 마비사태는 지금까지의 초기대응, 복구, 방어강화 등 전 과정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되짚어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사고의 명확한 원인을 잡아내고 그것을 봉쇄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단추다. 이번 마저 누구도 확인하지 못하는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흐지부지 덮을 것이라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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