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리스트(심사역)가 대학에 간다. 스타트업 성장 동반자인 벤처캐피털을 알리기 위해서다.
우수 예비 심사역 육성 목적도 갖는다. 최근 스타트업 창업 붐에 맞춰 선순환 벤처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업계 임원들이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대 등에서 벤처캐피털 설명회를 개최한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하태훈 DSC인베스트먼트 상무, 김학균 한화인베스트먼트 본부장 등이 강연에 나선다. 서울대 등 각자 졸업한 대학을 찾아가 벤처캐피털과 심사역을 소개한다. 벤처캐피털을 알리려 심사역이 대학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사업은 업계 젊은 인재 수혈 목적도 있다. 2011년 말 기준 20대 심사역은 2명(0.3%, 이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불과하다. 30대는 194명으로 30%로 올라서지만 대부분 중후반이다.
박진택 벤처캐피탈협회 기획관리실장은 “20대와 30대 초반 심사역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며 “자체 업계 조사결과 30명 가량 인력 채용 계획도 있어 마련했다”고 말했다. 2011년말 기준 심사역 수는 646명이다.
◇뉴스의 눈
`고위험고수익(하이리스크하이리턴)을 감당할 눈이 없다.`
벤처캐피털은 벤처 성장 동반자다. 동등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벤처캐피털업계 내부에서 조차 부정적 시각이 들린다.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이 심사역에 뛰어들다보니 `위험 회피(리스크 헷징)`에만 나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심사역은 기업 평가를 마치 대출하듯이 한다”며 “기업 대표가 보유한 자금이나 `빽(연줄)`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얘기도 듣는다”고 비판했다.
심사역 고령화 우려도 제기한다. 벤처 버블 시기를 보냈던 심사역은 자연스럽게 투자에 신중하다. 당시 투자 상당분이 손실로 이어져서다. 정부가 국정 과제로 외치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과거 인식과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벤처캐피털이 직접 대학을 찾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문규학 대표는 “활동하는 벤처캐피털 심사역 수가 적다보니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그래서 우수한 인재가 오지 않을 수 있다”며 “창업에 나서는 기업가가 심사역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태훈 상무도 “최근 젊은 스타트업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려면 젊은 심사역이 적합할 수 있다”며 “최근 강조되는 벤처생태계를 위해 벤처캐피털 인지도가 확대되고 대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사례도 있지만 미국 심사역 가운데 적지 않은 인력은 창업 경험을 보유한다.
이병권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서는 젊은 인력이 필요하다. 투자시장은 커지는데 인력 수혈이 안 되면 서로 사람 빼가기만 벌어진다”며 “우수한 대학 기술자가 벤처캐피털 시장에 많이 들어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벤처캐피털 연령별 전문인력 현황(단위:명,%)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2011년말 현재)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