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터졌다하면 `또 구미?`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다. 지난해 9월 구미산업단지 휴브글로벌 불산가스 누출 사고 후 올들어서만 세번째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했다.
화학물질의 종류는 다르지만 잇따른 사고로 구미는 `유해화학물질 사고다발지역`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고착화된 느낌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최근 구미국가산업단지 근로자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재난심리상담에 나섰다. 산단 근로자나 시민들의 심리적 충격과 불안감이 오죽했으면 산단이 전례 없는 심리치료지원을 하고 나섰을까.
학습효과 때문인지 지난 5일 구미케미칼 염소가스 누출사고 때는 인근 근로자와 시민들을 조기에 대피시키는 등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산단공 측은 몇차례 사고를 겪다보니 대응 능력이 생긴 것 같다는 말로 자신감도 드러냈다.
유해화학물질 사고는 사후대응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구미시는 최근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 관계자 6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재난안전사고 예방결의대회를 열었다. 19일에는 삼성방재연구소, 경북도소방본부가 구미국가산단 안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예방결의대회나 업무협약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미리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첨단 IT를 활용해 유해화학물질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구미산단에 유해화학물질 취급 업체가 136곳이나 된다. 이들 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물질을 어느 정도 보유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전혀 없다. 위치기반기술을 활용해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의 위치를 파악하고, 종류와 취급 물량 등 기본 정보를 담은 맵 정보가 절실하다.
유해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업소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감시당하는 느낌 때문에 기업들은 당연히 꺼릴지도 모른다. 사고예방과 사고 직후 발빠른 대응을 위해서는 법제도를 고쳐서라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 기관들은 비록 한마리 소는 잃었지만 남은 소를 지키기 위해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놔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