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과학]산학협력, 미래부가 전담해야

정치권이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합의했다. 인수위에서 기본 계획안을 마련한 지 47일만이다. 이제야 `식물정부`라는 오명을 피할 듯하다. 올 스톱됐던 국정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합의안을 찬찬히 뜯어보면 실망감이 앞선다. 과연 정치권이 산업에 대한 기본 이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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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박근혜 정부의 꽃으로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 관련해서는 참담한 수준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논란이 많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주파수 관할권과 같은 방송통신영역은 제쳐두자. 상식에 어긋나는 졸작 중에 졸작이기 때문이다. 벌써 산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정은 어찌어찌 삐걱거리면서 돌아갈지 모르지만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또 하나 졸속 처리가 산학협력 기능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산학 기능은 교육부로 존치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2008년 교과부로 합칠 당시 기능을 중심으로 조정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 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관할과 산학협력 선도대학 사업 등 대부분 산학업무가 교육부에 남는 게 유력하다. 예산 규모만 2700억원이다.

원자력 R&D 분야도 논란거리다. 기초R&D는 확실한 미래부 업무지만 원자력 R&D만큼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원자력진흥법 등 3개 관련법이 산업통상부 소관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자력 R&D는 기초연구사업 9900억원 중 3분의 1에 달하는 3300억원이다. 논란이 불거진 산학협력을 포함한 이들 기능은 원래 인수위원회에서는 미래부로 이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야 합의 아래 원안과 정반대로 뒤집어진 것이다.

산학협력 기능은 어느 부처가 맡든 중요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창조경제 목적을 상기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창조경제는 말 그대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자는 취지다. 과학과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고 일자리를 만들자는 게 배경이다. 산학협력은 연구개발과 산업계를 잇는 지렛대와 같은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협력에 투자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성과도 눈에 보이도록 계량화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두뇌한국21(BK21),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은 이를 위한 전초전이었다. 기초과학 수준을 높여 산업 현장과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만약 교육부에 산학협력 기능을 그대로 존치한다면 연구개발이 산업 사이클과 별도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연구 성과가 제대로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연구소를 위한 공허한 연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의 최대 국정 목표인 일자리와 창업 활성화에도 마이너스다. 산학협력 기능이 빠진다면 사실상 미래부에서 대학 중심의 창업 활동은 불가능하다.

정부조직법 개편 관련해서는 예정대로라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직제개편 등 세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시행한다. 국무조정회의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사실상 큰 틀에서 정부조직법은 마무리된다. 더 늦기 전에 미래부 설립 취지와 개편안의 근본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언젠가는 탈이 날 수 밖에 없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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