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블루투스 만보기를 쓰는 이유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임직원에게 `블루투스 만보기`를 보급한다. 이달 11일 사회본부 전원(14명)에 제공했다. 3개월 후 전 직원에게 나눠준다. 대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 전경련이 첨단 만보기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관리만을 위해서일까.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일부다. 정답은 `창조경제`. `창조경영`을 느끼고 실천하자는 것이다. 제안은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했다. 조직에 변화·자극을 주고자 했다. 강압적이고 인위적이지 않은 자발적이면서도 창조적인 변화를 바랬다. 열쇠로 첨단 만보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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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팀워크·팀 빌딩이다. 블루투스 만보기는 본인 걸음 횟수 확인뿐만 아니라 팀 멤버 모두의 걸음 합산횟수를 휴대폰·PC에서 본다. 나, 우리, 조직 실적을 비교한다. 이 부회장이 기대한 것은 `동질감`과 `협업`이다. 서로 횟수를 확인하며 건강관리를 한다. 부담 없이 경쟁도 펼친다. 조직은 평가해 포상한다. 다른 하나는 IT가 우리 삶에서 많은 변화를 이끌고 있음을 체감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이 단순히 게임·검색용이 아닌 삶을 윤택하고 창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끼자는 것. IT가 조직에도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노렸다. 전경련은 만보기를 시작으로 창조적 아이디어 제품을 계속 도입한다. 이승철 부회장은 “전경련이 `올드(Old·오래된)`한 이미지인데 앞으로는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변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철 신임 상근 부회장

“창조경제는 엄청난 것이 아닌 소소한 곳에서 나올 것입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생활 속 창조경제 설파에 나섰다. 새 정부 국정과제로 모호성 지적이 일고 있는 창조경제를 가까운 곳에서 찾자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기업도 기존 것을 활용해 창조경영을 펼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강점을 지닌 많은 기술을 활용한다면 창조적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세계적 보석 브랜드 `반 클리프앤 아펠`을 예로 든다. 조그마한 보석을 가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가공 분야에서 우리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웨이퍼 가공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을 여러 분야에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스크린 골프도 사례로 꼽았다. IT에 골프를 접목했다. 유람선·사막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골프를 친다. 그것이 창조경영이라는 설명이다.

이승철 부회장은 “창조경제는 규모가 큰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규모 인력이 거창하게 기획해 펼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시범적으로 테스트하고 구체화할 수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 생활 속 창조경제를 위해 내부 제안도 받고 외국에서 찾은 좋은 아이디어·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좋은 사례는 업계, 회원사에 적극 도입을 제안한다.

“전경련이 혁신을 한다고 하면 정책적 혁신만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막혀 있는 생각입니다. 우리도 산업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취임사에서 “전경련이 아이디어 발전소로서 한국경제를 디자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창조적인 마인드로 미래 50년을 이끌어갈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만보기는 포부의 `첫 발자국`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 전후 지식경제센터 소장으로 사회 아날로그 부분의 디지털화를 제안하는 도서를 준비할 정도로 IT 관심이 크다. 다수의 IT기기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활용한다. 고려대 정경대 경제학과,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석·박사다. 1990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전경련에 발을 들여 놓았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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