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늘 중소기업에 가장 적합한 정보기술(IT)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세계 시장을 넘나드는 소프트파워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 IT 산업이 우리나라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도록 법안을 만들고 정책도 세우며 청사진도 만든다. 분명 반가운 소식들이다. 하지만 그 동안 정부가 육성해 온 IT 산업 활용성을 생각해보면 현실에 더 시급하고 우선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은 따로 있다.
사업(모델) 구상 자본조달 방법 등 로드맵을 갖고 창업 할 때도 쉽지 않지만 웬만큼 성공한 후 그동안 쌓아온 것을 지키면서 단계별로 성장하기는 더 어렵다.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은 애써 키워 온 회사를 문 닫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성공하는 기업 보다 계속할 수 없는 기업이 더 많은 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다.
창업 지원 못지않게 폐업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더 바람직한 지원은 완전 폐업을 줄여줄 수 있는 규모가 작은 기업을 위한 시장형성이다.
기업 경영자는 회사 하나를 창업해 일으키는 몇 년 동안 수많은 시간과 끝없는 에너지, 끌어 모을 수 있는 자금을 모두 투자한다. 그런데 회사 문을 닫으면 그동안 시간과 에너지, 자금을 쏟아 부은 한 결과까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려 너무나 안타깝다. 특히 IT 분야에서 보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이를 방지해 중복, 반복 투자를 하지 않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회사는 매출이 늘어나고 직원 규모가 확대함에 따라 단계별로 넘어야 할 고비가 생긴다. 이 때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 돼 고비를 넘기면 단계 상승을 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자금난이 회사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해 문 닫는 경우가 생긴다.
중소기업 규모 회사나 중견기업은 회사가 어려워져도 대부분 기술과 사람은 남을 수 있다. 인수, 합병, 투자 등은 남은 기술과 사람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반면에 그 많은 스타트업 회사나 몇 년을 버틴 소기업, 벤처기업은 이런 시장이 형성되지 못해 투자를 받기 쉽지 않다. 인수합병 등은 더 더욱 어렵다. 그러니 조용히 사라질 뿐이다. 몇 년 동안 쌓은 기술이나 제품, 노하우 등이 아깝게도 그냥 사라지고 마는 셈이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개발하던 소프트웨어(SW) 기업의 경우는 더하다.
물론 회사가 문을 닫아도 그 곳에서 일하던 직원이 모여 또 다른 회사를 창업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사례도 많지만 이런 창업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그 동안 쌓아 온 기술을 재활용할 수 없게 돼 개발비, 개발 시간 등이 낭비되는 결과를 낳고 후에 다시 똑 같은 아이디어로 창업할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작은 회사들의 네트워크 형성이나 시장형성을 위한 데이터베이스(DB) 구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부 지원과 참여가 합해지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빅데이터 처리 기술로 DB를 구축해 스타트업과 폐업 지원에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우선 창업 지원 시점부터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데이터를 추가한다. 또 자금 부족 등으로 문 닫는 회사의 잔존 기술을 정리하고, 정리되는 회사의 기술·콘텐츠, 특허나 아이디어 내역 등을 기록에 남겨 나중에 창업하려는 이들과 매치 시킬 수 있게 한다면 국가적인 손실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송문숙 이지넷소프트 사장 song@eznet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