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은 일단 방향이 서면 `그 일이 가능할까`를 생각하기에 앞서 행동으로 옮겨봅니다. 그리고 나서 대안을 찾죠. 그러다보니 업무 추진력과 역량이 다른 나라 제어분야 연구팀에 비해 월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는 4월 1일부터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세계 7개국이 공동으로 짓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중앙제어시스템 섹션리더(팀장)를 맡게 된 박미경 국가핵융합연구소 책임기술원의 업무추진 스타일이다.
워낙 적극적인 성격과 그동안 쌓아 온 성과 덕분에 박 책임이 ITER에서 중앙제어시스템(CODAC)을 총괄하는 섹션리더로 선발된 것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박 책임은 오는 4월 1일부터 2018년 3월 31일까지 5년간 ITER 본부가 있는 프랑스 카다라쉬에서 근무하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 과학기술자로서 ITER 사업을 총괄하는 국제기구의 팀장급으로 선정되기는 박 책임이 처음이다.
박 책임은 본래 활달한 편인데다 일을 우선 저질러놓고 보는 `돌쇠` 스타일이다. 저돌적인 업무 추진 때문에 그동안 초전도 핵융합 장치인 KSTAR의 제어시스템을 함께 개발해 온 8명의 핵융합연구소 제어기술팀원들이 때론 힘들다고 하소연도 하지만, 그만큼 보람과 성과도 크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우리나라 연구원들에게 실적을 얘기해 보라고 하면 자신이 일궈낸 99%의 성과를 드러내기 보다는 미진했던 1%만 늘어놓습니다. 미진했던 만큼 연구자 본인에게는 아쉬웠겠지만, 상대방은 그걸 듣고 싶어 하는게 아니지요.”
박 책임은 자신의 업적 알리기에도 열성적이다. 그 때문에 지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ITER 국제기구에서 직접 100만유로에 가까운 과제를 수주했다.
“세계 처음으로 토카막(자기밀폐 핵융합장치)을 제어하는 미들웨어 `에픽스(EPICS)`를 개발한 뒤 KSTAR(차세대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제어시스템에 적용했을 때는 감동 그 자체 였습니다. 나중에 신호수가 100만개나 되는 ITER 중앙제어시스템에도 적용했는데 정상 운용됐습니다.”
박 책임은 1년 기준으로 KSTAR가 가동되는 6개월간은 밤낮은 물론이고 주말도 없이 일했다. KSTAR 제어시스템을 팀원 8명이 똘똘 뭉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개발했다. 박 책임이 연구원들에게 그 흔한 박사학위 하나 따지 못한 이유도 여기 있다. 일에 묻혀 사느라 쉰 살이 되도록 결혼도 못했다.
“포스텍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10년 넘게 KSTAR에 미쳐 살았습니다. 후회는 안합니다.”
박 책임의 첫 직장은 지금은 없어진 대우전자통신연구소였다. 여대생 공채 1기로 들어갔다. 이후 포항 가속기연구소에서 빔 측정과 제어 업무를 11년하다 지난 2002년 국가핵융합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프랑스에 가면 이제 ITER 제어기술 확보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KSTAR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분명 성공할 것입니다. 궁하면 통하는 법이죠.”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