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는 2005년 6월 출범했다. 첫해 1701억원을 시작으로 2006·2007년에는 2000억원대 정부 자금이 들어왔다. 2008년 800억원으로 줄었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침체된 경기 회생을 위해 4380억원 자금이 들어왔다. 정부는 모태펀드를 1조원 규모로 결성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고 보고 규모를 확대했다. 2010년부터는 매년 1000억원 안팎 예산이 투입됐다.
모태펀드가 투자한 자펀드 투자규모는 이르면 이달말 5조원을 돌파한다. 모태펀드는 `펀드를 위한 펀드(Fund-of-Funds)`다. 벤처기업 투자 목적으로 결성한 펀드에 투자한다. 대표 벤처펀드 자금줄이다. 자펀드 투자규모는 1월 말 현재 4조9377억원이다. 작년 말 4조8947억원과 비교해 425억원 늘었다. 2월은 주총 등으로 투자 비수기여서 올해 투자가 본격화하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모태펀드 투자 유형을 보면 ICT가 가장 많다. 벤처펀드 만기가 대개 7년으로 투자 3~5년 후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특성상 ICT산업이 가장 적합해서다. 올 1월 말 기준 정보통신 분야 투자규모가 1조3408억원(이하 자펀드 투자실적)으로 가장 많다. 일반제조와 엔터테인먼트가 각각 1조3194억원과 1조318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엔터테인먼트에는 게임이 포함돼 있다. 생명공학(3289억원), 서비스·교육(2580억원), 유통(1198억원) 등의 순이다.
연도별 투자 금액은 매년 증가세다. 2005년 8월 출범 후 2006년까지는 2749억원이었다. 2007년 4670억원으로 늘었다. 2009년 6953억원, 2010년 953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1조476억원)과 지난해(1조322억원) 2년 연속 1조원대 투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모태펀드에서 4680억원을 출자해 1조원 규모 펀드를 결성한다. 모태펀드에 들어온 예산이 925억원임에도 5배 가량 많은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데에는 최근 회수가 활발해서다. 대개 7년인 자펀드 만기가 도래해 자금이 회수되고 한국벤처투자가 다시 펀드 결성에 출자한다.
지난해 모태펀드 회수 규모는 2000억원을 넘었다. 2009년 479억원에서 2010년 983억원, 2011년 1425억원 등 매년 500억원 안팎 꾸준히 늘었다. 지난 8년 누적 기준으로 5240억원이다. 한 해 2000억원 회수는 정부 추가 출연 없이 매년 2000억원을 재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회수 금액에는 벤처캐피털·출자사 배당과 세금을 제외한다. 전문가들은 모태펀드 결성 규모를 고려할 때 2000억원대의 자금 회수는 펀드 선순환 구조에 어느 정도 이르렀다는 평가다.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은 “경기전망이 불확실하지만 벤처 전문가는 올해를 반세기만의 IT창업과 벤처투자 최적기로 본다”며 “올 상반기에 모태펀드 출자 예정액의 70% 이상을 출자하고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해 중소기업 자금조달 환경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고용부진과 성장모멘텀 약화에 대응해 엔젤투자를 포함한 창업초기 분야 출자에 집중해 일자리 창출로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겠다”며 “벤처투자 시장의 단계별 중간회수시장 등 시장 실패가 예상되는 부분에 집중해 벤처투자 선순환 체제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벤처펀드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모태펀드 출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미국·이스라엘 등 벤처 강국과 비교해 적은 가운데 민간 참여가 부진해서다. 미국과 이스라엘 벤처투자규모는 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0.22%와 0.66%다. 반면 우리나라는 0.1%에 불과하다. 벤처캐피털업계는 우리나라 벤처투자 시장을 최소 2조원에서 많게는 3조원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1조2333억원이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