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온도조절기를 만드는 다국적 제조기업인 A사는 날씨 변화가 온도조절기 교체와 신규구매에 대한 영향을 조사해 분석했다. 이를 공급계획과 생산·배송·재고관리에 적용했다. 일반적인 수요 예측과 별도로 날씨 변화에 따른 갑작스러운 수요 증대에 대처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한 것이다. AS 부품에 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부품공용성, 유사부품, 대체가능부품 등을 파악해 원가절감 계획도 세웠다.

#다국적 유통회사인 B사는 맥주 매출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했다. 맥주가 어떤 제품과 같이 진열돼 있을 때 매출이 늘어나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이 결과 기저귀와 맥주를 같이 놓고 팔면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후 B사는 맥주 판매대를 기저귀 옆에 배치해 매출 증대 효과를 얻었다. 이 정보는 재고관리와 상품 구매 부서와도 공유했다.
위 두 사례는 공급망관리(SCM)에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SCM에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물류와 배송 등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해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 결과를 가지고 SCM을 수행한다. 그러나 아직은 SCM 빅데이터 분야가 초기여서 분석 대상 데이터가 많지 않고, 전문가가 부족한 한계도 있다. 20여년 이상 SCM 컨설팅을 수행한 타타가타 다스구타 언스트앤영 글로벌 파트너를 통해 SCM에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하는 방안을 들어봤다. 다음은 다스구타 파트너와의 일문일답이다.
-SCM에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하는 개념은 생소한 것 같다. 어떤 것인지 설명해 달라.
“빅데이터 분석은 수년간 발전해 왔다. 그 개념이 SCM분야까지 확대된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를 활용해 판매와 수요를 예측한다. 재고관리와 물류도 효율화 한다. 예를 들어 유통점에서 맥주가 어디에 진열돼 있어야 매출이 늘어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이에 따른 재고와 구매 등 다양한 SCM 프로세스도 최적화 할 수 있다.”
-SCM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이 주로 수요예측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제품개발과 공급, 조달에 적용하는 빅데이터 분석방안 뭐가 있는지.
“빅데이터 분석은 SCM의 전 프로세스에 적용 가능하다. 제품개발 영역에서는 SNS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정보를 활용, 디자인과 성능 개발에 적용한다. 수요계획에서는 프로모션, 가격 변동추이, 유통점 재고상황 등 기업 외부 유통망 정보와 SNS·기상 등의 정보를 접목해 수요예측이 아닌 수요측정 형태로 활용한다. 공급계획에서는 유통망 판매 추이 정보를 수요계획 수립 시 반영, 공급계획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조달에서는 유통회사는 고객 소비패턴이나 성향을 분석해 해당 제품의 구매 협상 시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다. 다국적기업은 세계에서 발생하는 구매행위에 대해 제품 코드가 아닌 문장, 이메일 등 비정형 정보를 분석해 공용품목, 대체가능품목을 찾아 구매 원가를 절감한다.”
-SCM 프로세스인 생산과 물류, 재고관리에 적용하는 빅데이터 분석 방안은 무엇인가.
“생산 프로세스에서는 공정 기계와 시스템에서 산출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뮬레이션 수행과 최적 생산체계 수립이 가능하다. 생산설비로부터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 설비 고장 예방과 정비도 한다. 물류에서는 수·배송 시 위성항법장치(GPS)로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 수송경로를 확보한다. 수·배송 데이터 분석으로 운전자 성향분석과 연료절감, 차량 예정정비 계획을 수립한다. 재고관리는 수요계획에서 수집한 수요현황을 적정재고 산출을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
-한국 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SCM을 도입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중견기업으로 확산해야 하는 이슈도 있다. 한국 기업이 SCM 수준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SCM을 아직 도입하지 않았거나 도입 단계에 있는 기업은 주기적 수요·공급 동기화 체계(S&OP)를 갖춰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수요관리와 공급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SCM을 도입한 기업은 SCM 실행력 강화를 위한 프로세스와 시스템 정비, 조직강화, 조직역량 강화 활동 등이 필요하다. 실제 판매 수요정보와 비정형 빅데이터 정보 등 데이터 기반 계획과 성과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SCM 분야에 적합한 데이터 과학자는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가. 기업은 데이터 과학자를 어떻게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데이터 과학자는 새로운 직업이다. 이들의 배경은 물리학, 컴퓨터공학, 생물학 등 다양하다. 현재까지 SCM 전문가이면서 데이터 과학자인 인력을 찾기는 힘들다. 당분간 이 두 영역의 인력이 협업을 해야 한다. IT투자를 많이 한 기업도 전사자원관리(ERP)와 SCM 시스템이 만든 정형화 된 데이터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데이터 과학자나 데이터 분석가를 확보한 기업도 많지 않다. 전문가 양성을 위해 필요성과 활용가능성을 인지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 초기 전문가 교육, 전문 컨설턴트와 공동 업무 수행 등도 양성방안이다.”
-SCM 체계에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하기 위해 어떠한 정보시스템 환경을 갖춰야 하는지.
“SCM과 ERP 시스템은 정보를 정형화 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내부 시스템과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정보를 모아야 한다. 모델링할 수 있는 데이터마이닝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하둡 같은 오픈시스템을 활용할 수도 있다. 빅데이터 분석과 다양한 모델링, 필요정보의 정형화 작업 등을 수행할 빅데이터 플랫폼도 필요하다.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분석된 데이터를 정형화 된 정보로 구조화 해 ERP와 SCM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 필요한 인터페이스 개발과 기존 SCM, ERP 시스템에 일부 수정이 따른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