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네트워크 업계를 뒤흔드는 단어가 하나 있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다.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네트워크 분야의 `클라우드` `스마트폰` 등으로 이해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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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전달하는 스위치, 라우터 등 장비의 핵심 부분을 가상화, 집중화, 공개표준화 해 각종 통신 기능과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자 입맛에 맞게 구현하는 개념이다. SDN의 공개 프로토콜인 `오픈플로`가 활성화되면 장비 공급사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망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혹자는 SDN을 `인터넷 구조의 혁명`이라고 부른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패러다임 변화와 급이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에 스마트기기 공개 운영체계(OS) 안드로이드를 더해 세계 시장 정상에 우뚝 선 것처럼 국내 네트워크 업계에서도 글로벌 스타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돈다.
정부는 올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SDN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각종 과제를 출범시켰다. 네트워크 업계도 마땅한 성장 돌파구가 안보이던 차에 반가운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분위기가 고조된 마당이지만 이쯤에서 한번 냉정함을 찾을 필요가 있다. SDN 논의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각 국가와 업체 간 격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미국, 일본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기술과 시장이 상당하다. 시스코를 필두로 기존 강자들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발을 담근 지 오래다.
스위치, 컨트롤러 등에서는 상용버전에 가까운 기술과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다. 국내 벤처기업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이 생겼다. 통신사와 포탈도 각자 입맛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SDN 논의에서 산업은 이미 저만큼 나아갔는데 최근 우리 정부 정책은 이미 남들이 성과를 낸 부분에 집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트롤러 등 핵심기술에 투자하는 것 이상으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집중하지 않으면 자칫 뜬구름을 잡는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SDN 애플리케이션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란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깨비방망이가 있어도 쓸모없는 것들만 잔뜩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