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가이드라인 대폭 손질될듯
이동통신 보조금 과다지급 문제가 청와대까지 번졌다. 청와대가 13일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보조금 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제도 개혁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현행 규제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청와대까지 나서면서 규제 담당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최근 단말기 보조금 과다 지급이 사회 문제화했다”며 “이동통신 시장과열에 따른 제재 및 제도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미 실시한 방통위 조사 결과에 따라 제재를 준비 중”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고 감독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방통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실효성을 보장하지 못한 만큼 새 정부에서는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이전 정부와 확실하게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행 `보조금 27만원이 상한선`이라는 가이드라인과 영업정지, 과징금 등의 처벌방안을 대폭 손질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와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보조금 과열마케팅 촉발사업자를 가중처벌하는 등 원인제공자를 엄벌하는 식의 규제 패러다임 변화도 관측됐다.
새로 출범할 방통위에 더욱 확실한 규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단말 보조금 과열 경쟁 재발 방지를 위해 방통위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함은 물론이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분명한 역할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현재 27만원을 상한선으로 한 단말 보조금 기준이 적당한 지부터 과징금과 영업정지 등 제재 범위와 수준이 적절한지 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말 보조금이 이용자 차별 등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부담 경감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데다, 시장 경쟁 등 감안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은 만큼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신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엇갈리는 반응을 내놓았다. 보조금 과열 경쟁 폐해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에 기대감을, 고강도 규제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단말 보조금 과열 책임을 이통사에 전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로운 시각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효과 없는 현행 보조금 규제방식에 불만도 쏟아졌다. 순차 영업정지도 보조금 경쟁 과열과 악순환이라는 폐해만 낳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업정지 기간 동안 보조금 액수가 높아졌으며, 번호이동 건수도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더 많았다. 통신사 관계자는 “영업정지 종료 이후 감소한 가입자를 다시 채우기 위해 번호이동 경쟁에 나서면서 규제 당국이 예상치 못한 폐해들이 이어졌다”면서 “보조금 규제방식이 적절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반율에 따라 제재하는 때늦은 조사방식은 한계가 있다”면서 “통신사의 시장 과열 유발행위를 초기에 빨리 파악하고, 이를 제재할 객관적인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