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문계 교육시켜 SW전문가로 뽑는다

삼성그룹이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사내 전문 교육과정을 거쳐 소프트웨어(SW) 전문가로 키운다. 인문학적 소양과 이공계 기술 이해를 갖춘 통섭형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면 우리나라 인문·이공계 인력 수급 불일치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삼성 컨버전스 SW 아카데미(SCSA)`를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부터 도입한다고 13일 밝혔다. 인문계 전공자를 선발해 6개월 동안 960시간의 SW교육을 시킨 뒤 SW 전문가로 채용한다. 960시간은 이공계 전공자의 학부시절 교육량의 1.2배에 이르는 교육시간이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SDS에서 우선 200명을 뽑을 예정이며, 채용 규모를 점차 늘린다.

삼성은 감성 기반의 인간 중심 기술이 중요해져 인문과 기술을 두루 이해하는 인재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SW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인문계 전공자에게 다양한 진로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취업난 해소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대학 졸업자의 절반 이상이 인문계 출신이지만 삼성에 취업하는 사람은 매년 70~80% 이상이 이공계”라며 “SW 인력 수요는 꾸준히 늘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기업의 요구를 잘 몰라 업무와 무관한 자격증 취득과 어학연수에 집중하는 등 스펙 위주의 잘못된 취업 관행을 극복할 좋은 사례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과정은 △프로그래밍 언어 수준의 SW 기초과정 △제품·반도체·웹 3개 분야 특화과정 △기업에 필요한 실전 프로젝트의 3단계로 구성된다. 10년 이상 경력의 사내외 석·박사급 SW 전문가를 중심으로 강사진을 꾸린다. 인문계 전공자도 과정에 충실히 참여하면 무난히 소화할 수준으로 과정을 운영할 방침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세계 경기침체 등 불확실한 고용 환경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올해 채용 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대졸 신입사원 9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상반기 채용 규모는 지원자 규모와 수준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용인력의 5%를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서 우선 선발한다. 35% 이상을 지방대 출신으로 채우기로 했다. 지난해 도입한 그룹 고졸 공채도 다음 달 실시하며, 재학 중 장학금을 지원하는 마이스터고 선발을 확대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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