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창조콘텐츠 산업 육성의 마중물은 광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이관을 둘러싼 정치권의 다툼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애초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 미래부와 방통위로 관련 업무를 이관하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계획은 처음 의도와 상관없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합의의 핵심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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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간의 정치적 합의과정에서 보도 기능 유무에 따라 방송사업자의 소관부처를 달리하는 것까지는 합의가 되었으나, 본질에서 비켜나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업무를 어느 부처로 이관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창조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미디어산업,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했던 본질은 사라지고 정치적 수사와 자존심 싸움만 남은 모양새다.

방송의 정치적 활용에만 주목하는 편협한 사고와 그간의 피해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정작 꼼꼼히 짚어야 할 이슈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선결조건이 되는 재정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향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현재 공영·민영 구분 없이 모든 플랫폼과 채널의 주요 수입원은 바로 광고다. 국내 방송시장은 수신료를 내면서 광고를 봐야 하는 것에 거부감과 저항이 있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광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이자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한 마중물(seed money)이다.

광고 시장의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콘텐츠를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영국은 1990년과 1996년 방송 관련 법을 개정해 공영방송의 공공성은 강화하되, 상업방송은 방송광고 등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병행했다.

그 결과 영국 방송사들의 콘텐츠 판매 수입은 2001년 1조원에서 2011년 28조원으로 급성장했고, 전 세계 방송 포맷 시장의 53%를 차지하는 등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도 마찬가지다.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을 구분한 규제체계로 정비해 방송의 공공성 확보와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방송광고는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정책이다. 방송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미디어시장, 특히 유료방송은 더욱 그러하다.

이런 측면에서 유료방송(비보도PP) 소관 부처와 방송광고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가 나뉘면 방송콘텐츠 진흥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태생적으로 방송광고는 정치적 관점보다는 산업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다. 자칫, 방송광고마저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스마트 환경 등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면 국내 미디어 산업, 콘텐츠 산업의 발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방송광고의 본질과 중요성에 걸맞은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유다.

15일이면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년이 된다.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5년 3월이면 방송시장이 개방되고,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미디어기업이 우리의 안방에 들어온다. 그들과의 경쟁에 대비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불과 2년여 남았다.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 벌어질 상황이다. 그 기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범정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며, 그 출발은 미래지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dksu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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