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이내로 요점만 이야기해주십시오.”(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아니 다 듣겠습니다. 그냥 내버려두세요.”(박근혜 대통령)
12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보통신기술(ICT) 중소기업 대표와 간담회가 열린 알티캐스트 9층 회의실. 박 대통령은 허심탄회한 제언을 모두 듣겠다며 보좌진을 이렇게 말렸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현장방문은 미리 사전에 준비된 대로 움직인다. 이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청와대 비서진이 다소 당황할 정도였다. 박 대통령은 시간제한 없이 어려운 점을 말해달라고 강조했다. 간담회 내내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으며 중소 ICT 업체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알티캐스트를 둘러보다 대뜸 20대 알티캐스트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회사를 어떻게 알고 지원했어요?” “일하면서 가장 기쁠 때와 슬플 때가 언제인가요?” 역시 예정에 없던 질문들이다. 당황한 직원은 “제가 만든 제품을 소비자가 사용하고 만족할 때 행복하고 일이 많을 때 슬프죠”라며 말했다. 박 대통령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답변을 들은 뒤 박 대통령은 이번에는 강원철 알티캐스트 사장에게 “중소기업이 힘든데 직원들을 어떻게 모집하고 대하나요?”라고 물었다. 강 대표 또한 당황했다. 강 대표는 “근무 시간, 복장 자율화로 직원들에게 창의성을 준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생태계를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도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꼭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알티캐스트의 스마트 방송 플랫폼인 `윈드밀` 시연을 구경했다. 윈드밀은 고가의 스마트TV가 없어도 셋톱박스만으로 스마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시연을 하는 여직원이 리모컨 없이 손을 위로 올리자 채널이 변경됐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기술이 있네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강 대표에게 “젊은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지금처럼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알티캐스트 직원들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먼저 제안했다. 우르르 직원들이 박 대통령 쪽으로 모이자 청와대 경호원들이 막았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은 괜찮다며 직원들과 사진을 찍었다.
박 대통령은 방문 목적이 미래부의 조속한 출범 강조에 있음을 내비쳤다. 눈에 띄는 머리 모양을 한 직원에게 “머리를 창조적으로 하셨다” “정말 창의적으로 생기셨다”고 말하거나, 신기술 시연을 본 후 “이걸 보면 왜 미래창조과학부를 안 만드느냐고 시위할 것 같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