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온 변화로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도 감귤 재배가 가능해졌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해수 온도가 변하면서 많이 잡히는 어종도 달라졌다. 이처럼 날씨는 농수산이나 의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별 상관없을 것 같은 전자업계에도 큰 변수다. 특히 계절 가전은 더욱 그렇다.
지난해 봄철 황사가 거의 없었다. 그 대신 비가 많이 왔다. 이 때문에 공기청정기 판매는 예년보다 크게 부진했다. 제습기는 불티나게 팔렸다.
작년 초여름엔 온도가 높지 않아 에어컨 예약판매가 크게 부진했다. 이 때문에 생산량을 조절했던 에어컨 제조사들은 8월 늦더위 열흘 만에 제고를 완전 소진할 정도로 갑작스런 수요증가에도 주문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마다 배추와 무 수확시기까지 따진다. 각 지역별 김장시즌까지 고려해 김치냉장고 판매 전략을 짠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글로벌 사업을 하는 제조사라면 각 지역별, 국가별 기상상황까지 복잡한 내용을 종합해 제품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 노환용 LG전자 사장은 최근 “내부적으로 연간 사업계획은 세우지만 계절가전의 경우 기후변화를 상시 모니터링 하면서 시나리오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날씨 경영은 다양한 분야로 더 확산될 조짐이다. 올 겨울 기후에 꼭 맞는 영화를 미리 준비한다면 개봉 당시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다. 온라인 게임 배경화면에 각 국가별 기후 상황을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역별 날씨를 고려한 다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한 날씨 경영도 확산됐다. 기온이 얼마 정도되면 휴가 마케팅을 시작하고, 주말의 기상상황에 맞춰 금주의 온라인쇼핑 이벤트도 달리 한다.
문제는 기상 예측이 점점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이상 고온이나 갑작스런 폭우·폭설 이 많아지고 있다. 업계 부담은 커졌다. 하지만 적절한 대응은 경쟁자를 압도할 수단이다. 날씨를 잡는다면 경쟁사보다 좋은 무기 하나를 더 갖는 셈이다.
전자산업부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