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과학]강성모 그리고 김종훈

KAIST(카이스트)가 새 총장을 맞았다. 서남표 총장 후임으로 강성모 미국 UC머시드대학 총장이 새로 취임했다. 강 총장은 지난달 27일 취임식에 이어 4일 입학식에 참석하는 등 정식 일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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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총장은 해외에서 영입한 인재다. 국적은 서남표 총장과 마찬가지로 미국인이다. 대학 시절 도미해 석·박사 학위를 미국에서 받았으며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미국 대학 총장까지 오른 재원이다. 주변 평판도 나쁘지 않다. 대학 총장 재임 시절 `부드러운 선장(Captain Smooth)`으로 불리며 신생 대학인 UC머시드를 규모와 위상면에서 몰라볼 정도로 키워 놓았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학생수를 1200명에서 5000명으로, 캠퍼스 규모를 40만㎡에서 364만㎡로 10배가량 성장시켰다. 기부금을 위해 미 대륙을 동분서주했다는 일화까지 들린다.

목표를 세우면 추진력 있게 밀어 붙이는 열정을 갖췄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서남표 총장의 발목을 잡았던 소통에 남다른 강점이 있다는 후문이다. 강 총장은 이를 증명하듯 취임 첫날부터 각 학과와 학생회 대표 등을 만나 허심 없는 대화를 나눴다. 전·신임 교수협의회장과도 기탄없이 의견을 교환했다. 이달에도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교수·학생·노조·직원 등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 총장 시절 학교 위상은 올라갔지만 내부 갈등으로 홍역을 치른 카이스트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우려섞인 이야기가 들린다. 요약하면 과연 미국식 사고와 문화에 익숙한 강 총장이 한국적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다. 미국인이었던 서 총장이나 러플린 총장 모두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단절 즉 불통 때문에 곤혹을 치렀기 때문이다. 이들이 행정이나 운용·관리 등 업무 능력이 떨어져 낙마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김종훈씨가 돌연 사퇴했다. 이를 보는 여론은 씁쓸하면서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 사퇴 배경으로 `후진적인 정치풍토`를 꼽았지만 석연치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소통 부재다. 추측컨대 김 후보자는 거취와 관련해 주변 사람과 별다른 의견을 교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같이 동행했던 국회의원조차 발표 전까지 내용을 몰랐다고 한다. 장관 내정자라면 사실상 공인이다. 그만큼 책임이 무겁고 판단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소한 결정에도 주변 사람 의견을 묻는 게 상식이다. 제 아무리 결정이 섰더라도 최소한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를 문화적인 차이라고 말한다면 난센스다.

국가 위상을 볼 때 앞으로 수많은 해외파 인재가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단언컨대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게 소통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같은 한국인끼리도 같은 말을 하지만 통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허다한데 하물며 딱히 정서적인 공감대와 살아온 환경이 다른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소통은 결국 문화와 사고에서 영향을 받는다. 문화와 사고는 오랜 기간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체득되는 법이다. 그만큼 변하기도 힘들다. 태도와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바뀐다고 소통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상대방 이야기를 경청하는 건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름을 수긍해야 한다. 진정성과 다름을 인정하면 단점 보다는 장점을 먼저 봐야 한다. 어설프게 수긍해 어설픈 동거가 길어질수록 마지막은 더욱 비참할 뿐이다. 믿음이 있다면 얼굴을 붉히더라도 치열하게 토론하고 부딪쳐야 한다. 그게 진짜 소통하는 길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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