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면 배우가 되고 비우면 비구니가 된다. `비구니(比丘尼)`의 `니(尼)`는 버림으로 화평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서양의 니체와 동양의 공자, 니체의 `니`와 공자의 다른 이름인 `중니(仲尼)`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니`자가 나의 호기심에 불을 지른다. `공자가 다시 태어났다`는 뜻으로 공자에 버금갈 정도로 현명함을 이르는 중니재생(仲尼再生)이라는 말도 그렇고, 공자의 학문을 우러러 받드는 사람들을 일러 중니지도(仲尼之徒)라고 말하는 것도 모두 공자가 `니`라는 말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중니(仲尼)의 `니(尼)`는 어떤 의미일까?
첫째, `니(尼)`는 `가깝다` 또는 `가까이 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니(尼)`라는 한자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만약 니체를 `니체(尼體)`라고 명명한다면 니체 철학의 핵심을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니체(尼體)는 `몸에 가깝다` 또는 `몸에 가까이 가다`로 해석할 수 있다. 몸에 가까이 간다는 의미는 몸을 둘러싸고 있는 허례허식이나 가식, 위장이나 포장을 걷어내고 벗은 몸, 즉 나체(裸體)로서의 나를 드러낸다는 의미다. 나체로 나를 드러내야 나의 정체(正體)나 전체(全體)를 알 수 있다.
둘째, `니(尼)`는 또한 멈춤이나 정지를 의미하므로 니체(尼體)는 몸(體)의 멈춤이나 정지(尼)를 의미하기도 한다. 몸의 멈춤은 변화의 거부나 현실 안주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또 다른 나로 재탄생하거나 변신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서서 방향을 점검하고 내 몸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는 것이다.
셋째, `니(尼)`는 `비구니(比丘尼)`의 다른 이름이다. `니(尼)`는 `화평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물질적 욕망이 춤을 추는 속세에서 벗어나 마음의 화평을 찾는 비구니에게서도 니체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철학자 니체(尼體)는 물질적 욕망을 채우려는 `바구니`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밝혀 참된 나를 만나려는 `비구니`다. `비구니`는 겉치레를 벗어 던지고 내 안으로 들어가지만, `바구니`는 채울 것을 찾기 위해 밖으로 관심을 돌린다. `비구니`는 버림으로써 깨달음을 얻지만 `바구니`는 채움으로써 만족을 추구한다. `비구니`는 자신과 대화를 나누지만 `바구니`는 욕망하는 물건과 대화를 나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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