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산업 보호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불법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해 만든 제품을 자국에 수출한 해외 제조사들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 진출했거나 미국 수출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들은 불법 SW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최고 25만달러(약 3억원)의 벌금형을 받거나 심하면 미국 수출 금지 조치를 당할 수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불법복제 SW를 사용해 불공정 이득을 취한 혐의로 의류 제조사인 중국 `닝보 비욘드 홈 텍스타일`과 인도 `프라티바 신텍스`를 지난달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에 제소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에 의류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MS), 시만텍 등의 SW를 라이선스 비용 지불 없이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미국에 해산물을 수출하는 태국 기업 `나롱 시푸드 컴퍼니`도 불법 복제 SW를 사용한 것이 적발돼 지난해 10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정부로부터 벌금 1만달러를 얻어맞았다.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은 “세계 기업들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면 책임을 추궁당하게 될 것”이라며 “(지재권 침해행위는) 우리 주 경제에 해를 끼치는 불법 불공정 거래이며 적법하게 SW를 사용한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소송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송 근거인 미국 `부정경쟁방지법`은 업종을 불문하고 전 산업에 걸쳐 적용된다. 불법 SW를 사용한 것도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해석했다. 해당 제품을 적법한 SW로 만든 제품보다 시장에서 3% 이상의 매출 우위를 4개월 이상 가질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경쟁사뿐만 아니라 관련 없는 기업이나 개인들도 소송을 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자국 SW산업 보호 정책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 법을 빈번하게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기업과 관련한 사례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불법SW 사용이 만연한 중국 제조사에 하도급을 줘 만든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거나 고가인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 등은 불법 SW를 사용하는 기업이 많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법은 워싱턴·루이지애나·매사추세츠 주에서 처음 시행됐다. 지금은 미국 36개 주에 확산됐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