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자석, 값비싼 희토류로 재탄생

각종 전자 폐기물 분해해 자원으로 재활용

지난 26일 인천 소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희소금속산업기술연구센터 시험생산동을 찾았다. 현장은 각종 전자 폐기물을 분해하는 모습으로 눈코 뜰 사이 없었다. 이곳에서는 자석에서 고가의 희토류를 분리·추출하는 기술개발·실증작업이 한창이다. 버려지거나 해외로 수출된 전기·전자제품이나 자석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한다.

Photo Image
Mg-(Nd-Fe-B) 반응 후 추출된 Mg-Nd 합금

한 연구원이 폐기처리한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분해하자 자석이 나왔다. HDD 무게의 2∼3%에 불과하지만 고가의 희소금속이 잔뜩 담겨 있는 보물이라고 설명했다. 자석은 분말형태로 파쇄됐다. 자석분말은 90% 이상이 네오디뮴(Nd)·철(Fe)·붕소(B)화합물과 디스프로(Dy) 등 소량의 원소들로 구성된다. Nd과 Dy는 이달 기준으로 ㎏당 각각 250달러, 800달러에 거래되는 고가의 희토류다.

채홍준 연구원이 “혼합된 화합물을 각각의 원소로 분리하는 과정이 시작된다”고 소개하자 다른 연구원이 네오디뮴(Nd)·철(Fe)·붕소(B)로 구성된 분말을 붉게 달궈진 용탕 안에 넣었다. 녹는점이 650℃인 마그네슘(Mg)이 800℃에 달하는 용탕 내부에서 녹아내린다. 녹는점이 1400℃인 자석분말은 여전히 고체상태로 존재하는데 Nd만 액체상태의 Mg과 반응해 Mg-Nd 합금을 형성한다.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가 폐자원을 재활용해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원스톱공정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선별-파쇄-금속추출-소재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설비를 갖추는데 지식경제부가 20억원을 출연했고 인천시는 입주비를 부담했다.

영구자석 중 가장 수요가 많은 Nd·Fe·B 자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기술개발·실증을 시작으로 소재순환 파일럿 플랜트는 최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Nd·Fe·B자석은 자기공명영상(MRI), 고성능모터, 휴대폰, 에어컨 등 각종 전기·전자기기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최근에는 고효율 에어컨의 컴프레셔용 모터는 물론이고 하이브리드, 전기차, 풍력발전 산업 등에서도 필수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Nd, Dy 등 값비싼 희토류를 재활용할 경우 수천억원의 경제적가치가 발생한다. 국내 산업계의 Nd, Dy 수요만 올해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수요 급증으로 2020년 2조원 시장을 형성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택수 생기원 희소금속산업기술연구센터장은 “희토류·인듐·텅스텐·백금·코발트 소재를 대상으로 초기사업을 진행하고 향후 니켈·마그네슘·리튬·갈륨·티타늄·지르코늄을 사업 대상에 추가할 예정”이라며 “현재 기술개발 과정에 관련 기업을 참여시켜 기술을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