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둘째날인 26일이 정국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처리가 또 다시 최종 불발되면 새 정부와 야권 관계는 극도로 악화될 수 밖에 없고, 집권초기 구상도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여야가 협상 돌파구를 찾아 막판 타결된다면 늦었지만, 대통령의 집권 초기 `야권동반자 관계` 설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가 되든, 26일이 중대 기로가 될 공산이 커졌다. 박 당선인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던 방송 광고·IPTV·뉴미디어·방송 편성권·주파수 규제 업무 등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에 대해 여전히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여당 협상팀의 재량권이 크게 준 것이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수위 시절부터 계속 나왔던 이야기다. 최후 쟁점은 그동안 방통위가 담당하던 IPTV와 뉴미디어 관할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할 것인가다.
새누리당은 방송통신 융합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산업육성을 위해 인수위 원안 고수를, 민주당은 방송 공공성과 공정성을 내세워 방송정책의 방통위 존치를 주장하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대 국회가 과거 어느 때보다 노골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야권을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급한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라며 관련 업무의 방통위 존치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같은 여야 대치가 26일은 물론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까지 이어지면 새 정부와 야당 관계는 꼬일대로 꼬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등 일부 부처 내정자는 아직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데다 일정이 잡힌 일부 청문회 조차 파행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국회 인사청문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사청문 요청 후 최대 30일 동안 각료가 임명되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관 임명 지연은 국무회의 구성의 표류를 의미한다.
물론 이명박 정부 각료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형식상 국무회의는 존재하지만 대통령이 중요 현안 처리를 위해 이명박 내각으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표면적으로 격렬히 맞서고 있는 여야가 물밑으로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전격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이 찍어준 표로 탄생한 새정부의 초기가 매끄럽지 못하게 흐르는 것은 여든, 야든 모두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정부조직법은 많이 진전돼가는 것 같다. 청와대도 취임식도 했는데 결정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내일(26일) 본회의도 있는데 마무리를 잘해야지”라고 말해 경색 국면이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자아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