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직한 외모 속 부드러운 내면 ‘女心’ 자극
편하고, 편하고, 편하다. 토요타 벤자는 북미형 패밀리카의 교과서를 보는 듯하다. 듬직한 아버지 같은 외모에 어머니처럼 자상한 내면까지 갖췄다. 우직함과 부드러움을 두루 갖춘 매력덩어리 ‘벤자’ 최고급형을 시승했다.
크로스오버 차종인 토요타 벤자(Toyota Venza)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08년 북미오토쇼에서다. SUV이면서도, 세단처럼 낮고 편안한 차가 개발 컨셉트다. 토요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 특징을 조화롭게 이끌어냈다. 원래는 북미 전용 모델로 출시됐지만, 한-미FTA를 타고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틈새시장을 공략키 위해서다.
2013년형으로 거듭난 벤자는 겉모양에 한껏 맵시를 부렸다. 20인치나 되는 커다란 휠과 두툼한 선의 전면 그릴, 헤드램프의 화려한 LED 장식이 벤자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다. 마치 어떤 길이라도 거뜬히 헤쳐나갈 듬직한 SUV를 연상케 한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큼지막한 테일램프와 밖으로 노출된 두 개의 배기구도 특징이다.
벤자는 탑승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우선 함께 시승한 여성들은 벤자의 매력으로 타고 내리기 편하다는 점을 으뜸으로 꼽았다. 몸에 큰 힘을 주지 않고도 자연스레 타고 내릴 수 있어, ‘시트 높이’가 절묘하다고 평했다. 이는 ‘랩 도어’ 구조가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문이 차체를 완전히 감싸는 구조여서 턱이 짧고, 이물질이 다리에 묻지 않는 깔끔함까지 챙겼다. 그래서 차에 타고 내릴 때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 엉덩이와 등을 동시에 따뜻하게 데워주는 편안한 온열 시트는 덤이다.
운전석에 앉았다. 시원한 계기반이 눈에 잘 들어온다. 스티어링 휠 그립감도 적당하다. 기어노브는 센터페시아 중간쯤에 있어서 센터콘솔 앞 수납공간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운전석이든 조수석이든 넉넉한 느낌이 들었는데, 토요타는 60:60 공간 구성을 통해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가 탑승 위치에서 60%의 공간을 차지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시동을 걸고 성능을 체험해봤다. 부드럽지만 힘차게 가속된다. 3.5리터 V6엔진에서 272마력, 35.1kg.m의 토크를 뿜어낸다. 가속할 때 엔진 사운드는 한 번 걸러진 듯한 소리다. 거칠지 않지만, 충분히 박진감 넘친다. 주행 소음은 특별히 거슬리지 않아 차에 탄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복합연비 기준으론 가솔린 1리터 당 8.5km를 달릴 수 있으며, 고속도로는 10.3km다.
코너링도 자유자재다. 급하게 핸들을 조작할 땐 2톤이 넘는 무게 탓에 휘청거림이 느껴진다. 흔들림을 예측하며 운전할 땐 한없이 부드러워진다. 커다란 휠과 가변식 네바퀴굴림방식인 AWD 시스템으로 자세를 유지하지만, 코너 진입 전엔 미리, 충분히 브레이크를 밟아줘야 안전하다. 앞차와의 안전거리 확보도 필수다. 차가 생각보다 무겁다.
토요타는 SUV도 세단도 아닌, 어정쩡한 차가 될 뻔한 벤자를 오히려 북미형 CUV라는 컨셉트에 충실한 멋쟁이로 만들어냈다. 섬세한 배려로 여성들도 운전이 쉽고, 차에 타고 내리기도 쉽다. 짐을 가득 싣기도 쉽다. SUV처럼 생겼지만 세단처럼 낮다. 세단처럼 편하면서도 SUV의 실용성까지 챙겼다. 연인이나 가족이 함께 장거리 여행을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벤자의 이런 매력을 계속 즐기려면 5,230만원이 필요하다.
시승=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 사진=박기돈 rpm9 기자 nodik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