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당분간 공공기관으로 유지된다.
기획재정부는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2013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법에서 독점 사업권을 보장받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지정 사유에 해당돼 기존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기재부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가능성은 남겨뒀다.
김성진 재경부 제도기획과장은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과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져 법령상 독점적 사업구조가 해소되면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해제에 기대를 걸었던 KRX 직원들은 침통한 분위기다. 거래소의 실질적인 주인인 증권사들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거래소의 한 팀장급 직원은 “독점 사업 수익이 전체 50%를 넘어가면 안 된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은 것 같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적받았던 방만 경영 문제는 조직을 슬림화하는 노력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했다고 자평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공공기관 지정 유지로 거래소의 해외 사업이 제약받는 점을 우려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한 직원은 “거래소 간 합종연횡이 진행 중인 해외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라며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남으면 시장 변화에 발 맞춘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주주인 증권사들도 공공기관 해제 불발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모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전 세계 거래소가 몸집을 키우고 수수료는 낮추는 추세 속에서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아쉽지만 글로벌 거래소와 경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너무 관(官)적인 시각으로 금융투자업을 본 결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실패는 당연한 결과란 지적도 나온다. 2005년 3억6000만원 수준이었던 거래소 이사장 연봉은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던 기간인 2006∼2008년 사이 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직원 복리후생비도 60% 이상 늘었다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이후에야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KRX는 당분간 공공기관으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새 정부 수립 이후인 내년에 지정이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선거 과정에서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글로벌 거래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이 주된 근거다.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돼 대체거래소로 불리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설립이 허용될 경우 한국거래소의 독점 구조가 깨진다는 점도 우호적 여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운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거래소 허가주의가 도입되고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져 법령상 독점적 사업구조가 해소될 경우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