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프리커머스(pre-commerce)

# 시리얼 `첵스`, 아이스크림 `하겐다즈`로 유명한 세계적 식품유통업체 제너럴 밀스. 미국 TV방송국 최대 광고주 중 하나였던 이 회사는 요즘 고객과의 직접 소통 재미에 푹 빠졌다. `마이블로그스파크(MyBlogSpark)`라는 커뮤니티사이트의 입소문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한 CF 못지않은 파괴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회원과 치리오스 시리얼 등 인기 제품을 함께 만들어보고 품평회도 연다. 20만명이 넘는 회원이 깨알같이 단 댓글에서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 제품은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대박`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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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중이 145㎏에 육박하고 당뇨를 앓고 있었던 짐 와이스 WCG 창업자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주치의의 주문에 질릴 지경이었다. 개선에 효과도 없는 각종 처방을 잔소리처럼 늘어놓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고 단호히 행동에 나선다. 자신을 도와줄 새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와이스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찾아냈다. 이들의 경험담과 치료 정보가 담긴 게시글과 이메일 소통에서 그는 점차 자신감을 얻어 3년여에 걸쳐 70㎏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프리커머스(pre-commerce)`. 말 그대로 상거래 이전단계를 말한다. 구글은 이를 `검색의 순간`이라고 지칭한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섰다면 이미 그 고객은 어떤 물건을 살지 결정을 하고 들어왔을 때가 90%가 넘는다. 모든 상거래는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고객은 매장에 오기 전까지 여러 통로로 구매할 제품의 정보와 평가, 심지어 가격과 단점도 파악했을 공산이 크다. 입소문도 상당히 작용한다.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혹은 왜 구매를 시작하는지 제대로 설명해낼 수 있다면 그는 경영학의 구루가 됐을 것이다. 이 끝없는 고민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전혀 다른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스마트 시대, 고객은 정보의 홍수 한가운데 있다. 기업이 제공하는 광고나 홍보정보는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맨 후순위에 있을 공산이 크다. 동료의 평판,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과 댓글,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통되고 있는 각종 정보가 더 큰 힘으로 작용한다.

실시간 구매가 가능해진 전자상거래의 프리커머스는 더 복잡하다. 클릭으로 결제를 결정하는 순간은 전체 구매 과정에서 단 1%의 시간이 소요될 뿐이다. 99%가 프리커머스 정보 유통에 달렸다.

세계적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 겸 미디어책임자를 맡고 있는 저자는 디지털 혁명으로 정보 민주화가 이뤄져 구매 결정에서 기업이나 매체 영향력이 줄었다고 주장한다. 그 대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에서의 평판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저자는 앞으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시장조사가 아니라 고객통찰이라고 지적했다. 고객이 의사결정하는 데 결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만나고 제품 정보가 유통되는 길목을 지켜야 한다.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등에서 고객과 친구처럼 상품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소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 델, 존슨앤드존슨 등에서의 프리마케팅 사례는 생생한 정보다. 단문메시지(SMS), 커뮤니티 및 포럼 등을 프리마케팅에 활용하는 실무 정보는 알찬 팁이다.

조직원을 항체, 긍정적·부정적 조장자, 영웅 등으로 나눠 혁신의 걸림돌을 설명한 12장은 통쾌한 공감대를 이뤘다.

고객은 물건을 사지 않는다. 브랜드를 살 뿐이다. 소셜미디어 시대 프리마케팅이 중요한 이유다.

밥 피어슨 지음. 김익현 옮김. 에이콘출판 펴냄. 2만4000원.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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