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프랑스에서 느낀 시트로엥 DS5의 매력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외관, 날카로운 핸들링과 묵직한 주행성능,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입체적 인테리어. 모두 시트로엥 DS5의 독특한 특징이다.”

시트로엥(CITRO〃N)은 `아방가르드` 정신을 기본으로 삼는 프랑스 회사다. 수십 년 전, 시트로엥 차들은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 혁신적이었고, 이후에도 그 정신을 이어가며 `시트로엥=혁신`이라는 공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물론 지금에야 이미 지나간, 나이 든 분들이 전해주는 옛날 얘기에 불과하다. 기자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DS5를 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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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5, 사진/파리=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DS`는 시트로엥 라인업 중 하나로 여겨질 수 있지만, 럭셔리를 표방한다는 점이 다르다. DS브랜드 고유의 패턴까지 따로 만들어서 명품 이미지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자동차에 적용하는 건 물론, 다양한 패션 아이템도 만들어 내놓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를 하나의 명품 패션 브랜드로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 가득한 모습이다.

우리나라에도 출시된 DS3와 DS4는 시트로엥 C3, C4 를 가지고 다시 만든 차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 특유의 혁신적인 시도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제품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래서 시트로엥은 DS라인의 맨 위에 포진할 DS5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 내놨다. 모든 게 새로운 차다.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혁신으로 무장했다.

지난해 가을, 시트로엥의 도움으로 DS5를 프랑스 현지에서 5일 동안 시승했다. 차를 몰고 다니는 내내 시선이 따가웠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잇 카`의 운전대를 낯선 동양인이 쥐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겠다.

DS5는 프랑스 내에서도 꽤나 독특한 차였다. 생김새가 희한한 건 둘째 치더라도, 크기나 콘셉트가 그렇다. 덩치가 생각보다 좋아서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 애를 먹었다. 우리나라에선 아반떼나 쏘나타를 떠올리면 되겠지만, 프랑스에선 꽤 큰 편에 속한다. 보통 그 나라 차는 그 나라 환경에 맞게 만들어진다. 도시 자체가 유적지인 파리 시내엔 좁은 골목이 많고, 주차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여기에 매우 엄격한 환경규제까지 한몫 거들다 보니 당연히 트렁크가 따로 없는, 해치백 형태의 소형 디젤차가 인기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트로엥은 DS5를 편안한 5인승 세단을 표방하면서도 `쿠페형 왜건`이라는 실용적 멋쟁이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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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5, 사진/ 파리=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DS5의 외관은 그야말로 하나의 작품이다. 장인이 공들여 깎아 만든 예술품 같다. 그럼에도 충분히 자동차로 보인다. 다행이다. 예전처럼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았다. 차 곳곳엔 디자이너의 감각이 느껴진다. 기능적인 부분을 충분히 살리면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 입체적인 조형미와 단순한 면 처리가 조화를 이룬다. 마음먹고 제대로 만든 티가 팍팍 난다.

물론, 겉모습만 가지고 놀라긴 이르다. 문을 열고 실내를 들여다보면 감탄사가 쏟아진다. 자동차가 아니라 첨단 비행기 조종석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운전석에 앉았다. 멋진 가죽시트가 포근히 몸을 감싼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D컷 스티어링 휠은 손에 착 감긴다. 주변 버튼들도 살펴봤다. 모든 작동부가 차 가운데 몰려 있다. 도어엔 손잡이, 컵홀더만 있을 뿐 일체 버튼이 없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원칙이 분명하니 금세 적응됐다. 계기반도 눈에 잘 들어오고, HUD(헤드 업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운전 중에 시선을 아래로 옮기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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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5, 사진/ 파리=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천장 햇빛가리개는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다. 선루프가 달린 일반적인 차는 앞좌석과 뒷좌석 햇빛가리개가 독립적이다. DS5는 운전석과 조수석도 따로 여닫을 수 있다. 하늘은 보고 싶은 사람만 보면 된다. 개성을 중요시 하는 프랑스식 사고방식의 결정체다. 참, 지붕의 창이 열리진 않으니 참고하자.

뒷좌석에도 타봤다. 다 좋은데 발 공간이 애매하다. 무릎이나 머리, 어깨는 넉넉하지만, 발 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 앞에 앉은 사람이 시트를 들어 올려주지 않는 이상에야 덩치 좋은 남성이 타기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파리 시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몇 시간을 달려 한적한 주변 시골 마을로 향했다. 성인 남녀 네 명이 함께 했다. 각자의 짐도 트렁크에 실려 있었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벗어나자마자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졌다. 좁은 시골길에서 앞차를 추월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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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5, 사진/파리=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일단 고속도로에서의 주행감각은 독일 차의 그것과 비슷하다. 속도가 빨라져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도로 곳곳의 충격도 빠르게 걸러준다. 편안하다. MCP로 일컫는 수동형 자동변속기의 울컥거림도 없었다. 시트로엥은 ESG라고 부르는데, 최신형 변속기가 적용된 탓에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프랑스차 특유의 경쾌한 핸들링도 포기하지 않았다. 굽은 산길에서도 거의 원하는 라인을 그리며 코스를 공략하는 모습이 일품이다. 성인남녀 네 명과 각자의 짐이 실렸음에도 뒤뚱거림이 없었다. 레이싱 카처럼 단단하게 흔들림을 잡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다는 편이 정확하겠다.

시간이 흐르며 어느덧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 아니, 설득 당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만큼 매력이 넘친다고 보면 된다. 역시 프랑스 차는 프랑스에서 타야 제 맛이다. 작고 날렵한 차가 그동안 굳어진 프랑스 차의 모습이었지만, 시트로엥 DS5는 틀을 깼다. 덩치를 키우면서 주행감각을 다듬었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선다. 실용성도 살렸다. 달리 흠잡을 데가 없다. 정말 신경 써서 잘 만든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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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5, 사진/파리=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파리(프랑스)=박찬규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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